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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누고 돈도 받고 환경도 살리고'- ‘똥본위화폐’사회 구축하는 울산과기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똥 누고 돈도 벌고, 환경도 살리고….’ 인분(人糞)을 바이오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돈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에 국가 연구개발(R&D) 자금 100억원이 투여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는 똥을 돈으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라는 개념을 제시한 ‘사이언스 월든(Science Walden)’ 프로젝트의 시즌2가 시작된다고 9일 밝혔다. 언뜻 보기엔 황당무계하게 들리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5년간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다. 과학기술ㆍ인문사회ㆍ경제ㆍ예술 등 다학제 융합연구를 수행하는 ‘융합연구선도연구센터’(CRC) 사업의 일환이다.

비비 화장실과 똥본위화폐제도

비비 화장실과 똥본위화폐제도

UNIST 프로젝트의 핵심은 똥본위화폐이다. UNIST는 지난해 5월 문을 연 야외 체험 실험실 ‘사월당(思越堂ㆍ일명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에 인분을 분해해 에너지로 만드는 ‘비비(BeeVi) 화장실’을 설치했다. 비비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와 분쇄기를 통해 대변을 가루로 만들고, 이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난방과 식당 조리기구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로 변환시키는 친환경 화장실이다. 비비 화장실 사용자에게는 ‘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화폐가 지급된다. 한번 화장실을 이용하면‘10꿀’을 받을 수 있다. UNIST에 따르면 10꿀의 현재 가치는 500원 정도이며, 화폐 가치 상승을 통해 2020년까지 3600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똥본위화폐는 현재 UNIST 캠퍼스 내 일부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연구 책임자 조재원(54ㆍ사진)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인분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이를 화폐나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인분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며 “세계최초로 제시된 똥본위화폐는 환경순환경제의 원동력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원 교수

조재원 교수

사이언스 월든 연구팀은 지난해 비비화장실에 이어 올 하반기까지 캠퍼스 내에‘생활형 실험실(Living Lab)’을 건설할 계획이다. 생활형 실험실은 주거가 가능한 연구실로, 비비 화장실이 설치된 약 5평 크기의 주거 공간 3실과 인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비를 갖춘 바이오센터, 바이오 에너지 식당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자는 이 공간에서 인분이 난방ㆍ온수ㆍ연료로 활용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연구한다. 또 비비 화장실 변기에는 소변의 산도체크, 당ㆍ단백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건강상태도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UNIST 내 들어설 예정인사이언스 월든 생활형 실험실_'SCALe건축' 디자인

UNIST 내 들어설 예정인사이언스 월든 생활형 실험실_'SCALe건축' 디자인

연구팀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인분의 가치는 500원 정도이며, 전 국민이 똥본위화폐를 사용하면 약 9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우선 목표는 똥본위화폐의 개념을 확립하고, 시범 운영하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똥본위화폐를 마을과 도시로 확대해 취약층의 사회복지와 청년층의 기본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사이언스 월든만의 새로운 도시계획 디자인을 제시해 똥ㆍ에너지ㆍ삶이 순환하는 환경경제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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