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계 내고 광야로 나간 김종인 "문빠들은 좋아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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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나라꼴이 이렇게 흘러 가는걸 밖에서 쳐다만 보고 아무 소리도 안하고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날 ‘2040세대가 김종인의 생각을 묻다’ 강연 참석에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서다. 탈당 결심 요인으로 작용했던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관련해선 “문빠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 사고 방식이 거의 다 정권을 잡은 것처럼 착각 속에 빠져 있다”며 “정치판이 이상하게 변할거다. 두고보라”고도 말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8일 오전 조부 묘소 참배뒤 보좌진 통해 탈당계 제출

탈당 만류하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만류하기는 뭘. 문빠(문재인 전 대표의 열성지지층)들은 굉장히 좋아하는것 같아, 내가 나간대니까. 나한테 문자온거 보니까.”

탈당 결심을 하신지 오래됐다고.

“벌써 오래전에 했어. 작년서부터. 정기국회때도 탄핵 하고 아무것도 안해버렸어. 이번 2월 국회에서도 촛불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개혁입법한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안하잖아. 폼잡고 그럴려면 국회의원 할필요가 없다.”

당을 나가시지만 계속 볼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정치를 아주 안들어왔으면 모를까. 이왕 들어온 이상 나라 꼴이 이렇게 가는걸 내가 밖에서 쳐다만 보고 아무 소리도 안하고 그렇게 살수는 없어. 지금까지 실제로 그랬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을 받고 계신데.

-“내가 어떻게 거기 가겠어.”=

대선 출마 가능성도 나오는데.

“어디 가서 뭐. 뭘 하던지 해야지. 아니, 그니까 사람이라는게 그냥 저냥 안했으면 지금 편안하게 지내고 살지. 계속 보게 되겠지. 나를 더 따라 댕길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웃음)

탄핵 심판 이후에 정국이 어떻게 될까.

“내가 보기에는 정치판이 이상하게 변할거야. 두고봐. 여태까지 못본 현상으로 나타날수가 있을거야. 민주당 사고 방식이 거의 다 정권을 잡은 것처럼 착각 속에 빠져있어가지고.”

조부(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 묘소는 다녀오셨나?

“내일 아침에 갈거야. 낼 아침에 가고, 낼 아침에 탈당계 내고, 사요나라 하고 굿바이 하는거야. 내가 옛날에 민주당에 2016년 1월에 오기 전에도 거기 다녀오고 들어왔는데, 가서 보고를 해야지. 그동안의 일정을 끝마쳤으니까.”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조부 묘소를 다녀온 뒤 보좌진을 통해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페이스북에는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 국회의원직도 내려놓는다. 이 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탄핵판결 이후의 정치상황을 지켜보며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겠다”며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제 소임을 다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어 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순교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그 의미를 파악을 하면 내가 뭘 할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에 대해선 “스스로 대세론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더이상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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