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결연히 반대” … 김장수 초치 등 강경대응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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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드 배치 굳히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장비 일부가 한국에 긴급 반입된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초치 등 강력 항의수단을 자제했다. 일각에선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린 느낌”이란 반응도 나왔다. 신화사와 중국중앙방송(CC-TV) 등 관영 언론은 국방부 발표를 긴급 뉴스로 보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말 아끼며 비난 강도 평소와 비슷 #시진핑 방미 앞둬 자제 분석도 #일각선 “기습 반입에 허찔렸다” #왕이 오늘 전인대 회견에 촉각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명확하고 결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여러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표현 강도가 더 세진 않았고 말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날 브리핑 도중 “모든 후과(後果)를 한국과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 부분에서 다소 톤이 올라갔지만 이 역시 지난달 하순 롯데그룹과 국방부가 사드 부지 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같은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본지 기자에게 “우리 입장은 그사이 여러 차례 얘기해 사실상 매일 항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중 양국은 상대방 입장을 서로 환히 알고 있다”며 “매번 상황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대사를 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반발 수준을 적당한 선에서 제한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3월 말이나 4월 초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둔 상황에서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로 오히려 한국 국민의 반중 감정을 고조시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온건론도 중국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8일 오전으로 예정된 왕이 중국 외교부부장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드 관련 발언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는 이날도 계속됐다. 한국과 중국의 지방 도시들을 연결하는 한국 항공사들의 전세기 취항 신청이 중국민항국에 의해 불허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항공 등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등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전세기를 3월 중 운항하겠다고 신청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 등이 지난 1월 신청한 전세기 운항 계획도 거부당했다. 이는 한국행 관광객을 통제해 한국의 관련 업계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러시아 의회도 사드 배치에 강하게 항의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레오니트 슬루츠키 위원장은 "미국은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미사일방어 체계를 설치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중·러는 지난달 28일에도 외교차관급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본, 북 미사일에 사드 도입 속도전

일본 정부는 사드 배치를 평가하는 분위기다. 사드 배치가 대북 억제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HK·아사히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미 정부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와 의도·전망 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미 사드 배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일본의 사드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사드 체계와 지상형 이지스 체계를 중심으로 한 탄도미사일방어(BMD) 체계 증강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에선 “북한으로부터 자위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드나 지상형 이지스 체계를 도입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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