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귀순 터진지가 언제라고” 술 취한 의경, 수방사 검문 뚫고 생활관에서 쿨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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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도방위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수도방위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수도권 방어를 책임진 수도 방위사령부가 술 취한 의경 한 명에게 뚫렸다. 위병소는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았고, 당직 사관은 자느라 보고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새벽 3시 20분쯤, 정기휴가 중이던 22살 황모 의경이 택시를 타고 가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모 부대 앞에 내렸다. 황 의경은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으로 알려졌다.

 술에 만취한 황씨는 위병들에게 “영내 아파트가 우리 집”이라며 소리를 질렀고, 위병들은 짧은 머리에 강하게 나오는 황씨를 간부로 착각해 들여보냈다. 야간 경계근무 중 알아야 할 암구호도,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았다.

 황 의경은 통제구역인 병영생활관으로 걸어갔고, 3시 50분쯤 이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CCTV를 확인한 담당 병사가 당직사관에게 전화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지시를 내려야 할 장교가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던 사이, 황 의경은 생활관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옆에서 자던 병사가 황 의경을 발견해 신고했다. 위병소를 통과한 지 40분이나 지난 뒤였다.

 군은 황 의경을 경찰 대신 부모에게 인계했다. 경찰에겐 5일 뒤에나 관련 사실을 통보해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군은 “황 의경 신원이 확실했고 부모 요청도 있어서 경찰에 넘기지 않았다며,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에 네티즌은 “2012년 북한군 병사가 휴전선 뚫고 일반전방초소(GOP) 생활관 노크 귀순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수방사가 저정도라면”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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