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타 이겨내고 현대 키플레이어로 자리잡은 박주형

중앙일보

입력

1월 17일 대한항공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현대캐피탈 박주형. [사진 한국배구연맹]

1월 17일 대한항공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현대캐피탈 박주형. [사진 한국배구연맹]

"키플레이어는 박주형과 송준호죠."

현대캐피탈 공수 핵심으로 활약하며 PS행 견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새 외국인선수 대니에게 큰 부담을 지워주기보단 국내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한 것이다.

최 감독의 기대는 이날 100% 충족됐다. 대니를 대신해 1세트 중반부터 투입된 송준호는 2세트에서만 5점을 뽑아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박주형은 팀내 최다인 30개의 리시브(정확 16개·범실 1개)를 책임지면서 6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를 성공시켰다. 공격에서도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15점을 올려 문성민(2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3-1(23-25, 25-23, 25-16, 25-16) 승리를 거뒀고, 이날 경기 수훈갑은 단연 박주형이었다.

사실 박주형은 배구 팬들에게 칭찬보다 더 많은 질타를 받았던 선수다. 입단 이후 줄곧 큰 기대를 모았지만 활짝 꽃을 피우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주형은 분명히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최태웅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부터는 수비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도 시도하는 등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박주형은 우리카드 전 뒤 "사실 예전에는 욕을 먹으면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 댓글은 잘할 때만 본다. 오늘은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웃었다.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파다르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는 박주형(오른쪽). [사진 현대캐피탈]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파다르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는 박주형(오른쪽). [사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대니에게는 큰 짐을 주지 않을 생각이다. 대니가 상대 서브의 집중포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박주형이 공수에서 맡아야 할 부분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박주형은 "(송)준호가 대니 자리에 들어가니 나는 부담이 덜하다. 제 몫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올시즌 '배구를 재밌게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박주형 역시 마찬가지다. 박주형은 "4라운드 팀이 주춤할 땐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이기면 재밌다"며 '재밌는 배구'를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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