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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찬 52 반 48, 극렬 대립에도 … 협상 개시 법안 하원서 토론 후 통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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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미국의 승복 문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후 이에 반대하는 영국 젊은이들이 런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투표 결과를 부정한 게 아니었다. 국민투표 재투표 청원을 냈고, 영국 정부는 이를 기각했다. [AP=뉴시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후 이에 반대하는 영국 젊은이들이 런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투표 결과를 부정한 게 아니었다. 국민투표 재투표 청원을 냈고, 영국 정부는 이를 기각했다. [AP=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 것처럼 영국에서도 여론이 극단적으로 대립한 사안이 많았다. 하지만 대립은 극렬했으나 처리 과정은 어디까지나 민주주의 제도의 틀 안에서였다.

영국 잔류파 의원 살해범 재판 판사 #“나치즘 동경, 당신은 애국자 아니다” #민주주의 깬 폭력에 질타 가해

지난해 6월 23일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됐다. 찬성 51.9%, 잔류 48.1%로 43년 만에 EU와의 결별을 낳은 표 차이는 3.8%포인트에 불과했다.

브렉시트 통과 이후 영국의 내상은 심했다. 일부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브렉시트 반대파는 국민투표 재투표 청원을 냈고, 410만 명이 서명했다. 영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이 청원을 기각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지난달 8일 영국 하원에서는 브렉시트 협상 개시 법안이 통과됐다. [영국 의회TV 캡처]

이후 절차에 따라 지난달 8일 영국 하원에서는 브렉시트 협상 개시 법안이 통과됐다. [영국 의회TV 캡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브렉시트 협상 개시 법안은 하원에서 토론을 거친 뒤 통과됐다. 그러나 상원이 1일(현지시각) 법안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제동을 걸었다. 해당 법안은 다시 하원으로 돌아가 표결을 거치게 됐다.

브렉시트 투표 직전 잔류파였던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총격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찬반 진영과 정치인들은 일제히 캠페인을 중단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살해범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최종심 재판에서 최후변론을 요청했다. 하지만 판사는 발언권을 주지 않은 채 “당신은 애국자가 아니며, 국가나 동료 시민들을 사랑해서 한 행동이 아니다. 나치즘에 대한 동경이자 비민주적 신념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폭력을 동원한 주장을 철저히 배격한 것이다.

2014년 9월 18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도 반대 55%, 찬성 45%로 부결됐다. 그렇다고 해서 스코틀랜드가 휘청거리진 않았다. 독립파들은 국민투표 재요구 쪽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수반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독립 국민투표를 재추진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문제도 마찬가지다. 반대 청원에 185만 명 이상이 서명함에 따라 영국 의회는 토론을 벌였다. 메이 정부는 양국 간 관계를 고려해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국빈 방문 시기는 10월로 늦춰졌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 반대 시위가 의사당 밖에서 열리긴 했지만 극렬한 폭력 양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들의 불만은 의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시스템 안으로 흡수되는 모습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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