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콩:스컬 아일랜드' 안에 한국영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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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액션 모험 영화 ‘콩:스컬 아일랜드’(3월 9일 개봉, 조던 복트 로버츠 감독, 이하 ‘콩’)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새로운 킹콩 프리퀄을 만들며 한국영화를 많이 참고했다는 조던 복트 로버츠 감독. 지난 2월 15일 내한 당시 그가 특별히 언급한 ‘괴물’(2006, 봉준호 감독) ‘올드보이’(2003, 박찬욱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 감독, 이하 ‘놈놈놈’)을 중심으로 ‘콩’을 다시 봤다. 아니나 다를까, 오마주 장면들이 한 가득이다.

'콩:스컬 아일랜드' 속 한국영화 찾기

1) ‘놈놈놈’ 뒤끝작렬 캐릭터

'놈놈놈' 박창이 캐릭터

'놈놈놈' 박창이 캐릭터

‘놈놈놈’의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는 순수하게 나쁜 놈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일단 앙심을 품으면 절대 잊는 법이 없을 정도로 뒤끝 있는 캐릭터. 그를 빼닮은 인물이 ‘콩’에도 있다. 한때는 어떤 명분을 위해 싸웠지만, 싸우다 보니 쌓인 복수심 그 자체에 더 사로잡히고 마는 인물 말이다. 물론, ‘놈놈놈’처럼 그 덕에 갈등 구조가 한층 쫄깃해진 건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척 보면 안다. 3월 9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2)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신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신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신

‘드라이브’(2011,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2015, 매튜 본 감독) 등. ‘올드보이’의 장도리신에 영향받은 할리우드 영화 목록에 ‘킹’도 올랐다. 분노에 찬 오대수(최민식)가 장도리로 장정들을 물리치는 이 액션신은, 주인공 ‘콩’이 자신이 다스리는 섬 스컬 아일랜드의 괴물들을 떼로 쳐부수는 장면에서 짜릿하게 재현된다. 단, 콩은 장도리 대신 핵주먹 하나로 게임 끝이다.

3) ‘올드보이’ 산낙지먹방신

'올드보이' 산낙지 먹방

'올드보이' 산낙지 먹방

외국인에게 가장 고난도의 한식 중 하나가 산낙지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올드보이’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에서 원작의 이 산낙지 먹는 신이 빠졌을 정도. 그러나 콩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산낙지라기보다 문어과의 어떤 고대생물이라 봐야 맞겠지만, 리 감독의 ‘올드보이’(2013)에서 주인공 조(조쉬 브롤린)가 수족관 속 문어를 바라보는 것으로 눙쳤던 것보다야 훨씬 원작과 싱크로율 높은 오마주다.

4) ‘괴물’ 골뱅이 통조림

'괴물' 골뱅이 통조림

'괴물' 골뱅이 통조림

‘괴물’에서 병원에 강제 격리된 강두. 괴물에게 잡혀간 딸 현서(고아성)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다. 이때 그의 구호식품이 돼주는 게 바로 골뱅이 통조림이다. ‘콩’에서 스컬 아일랜드에 폭탄을 마구 난사하다 콩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탐사대. 그들 중 한 명이 주섬주섬 통조림을 먹는데, 그 내용물이 어째 골뱅이와 똑 닮았다. “그게 목구멍에 넘어 가냐”는 동료의 핀잔까지, ‘괴물’ 속 상황을 코믹하게 오마주했다.

5) ‘괴물’ 크리처와 아지트

'괴물' 속 아지트

'괴물' 속 아지트

복트로브츠 감독이 ‘콩’의 크리처에 관해 ‘괴물’에서 영감을 얻은 것 중 눈에 띄는 것은 콩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지하괴물 ‘스컬 크롤러’의 외양과 그의 아지트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보면 괴물이 균형이 잘 안 맞아서 혼자 넘어지기도 하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된 느낌이 있다. 스컬 크롤러의 외양과 움직임에 많이 참고했다.” 복트 로버츠 감독의 말이다. ‘괴물’에서 괴물은 한강의 특정한 하수구를 은거지 삼아 사람의 두개골 등 소화가 안 된 잔여물을 토해내는데, 스컬 크롤러 역시 거의 흡사한 습성을 보여준다.

6) ‘괴물’ 결정적인 순간의 헛발질

'괴물'

'괴물'

'괴물'

'괴물'

‘괴물’에서 강두(송강호)네 가족은 죽을힘을 다해 괴물에 맞서지만, 결정적인 순간 일이 꼬이기 일쑤다. 강두의 동생 남일(박해일)과 아버지(변희봉)가 각각 괴물과 맞서다 ‘삐끗’하는 찰나들이 그 예. ‘콩’에는 이 두 장면을 한꺼번에 ‘짬뽕’한 듯한 순간이 나온다. ‘괴물’에서처럼 그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웃프도록’ 허무하다. 섬 괴물들과 쫓고 쫓기는 굵직한 액션 신 가운데 짠한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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