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한 여성에게 징역·채찍질 형벌 내린 사우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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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B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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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성폭행 피해자에게 형벌을 내린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CBS뉴스(cbsnews.com)는 7명의 남자로부터 윤간을 당한 여성에게 '징역 6개월, 채찍질 200대'를 선고한 사우디 법원의 판결을 소개했다.

사건은 2006년에 발생했다. 사우디에 살던 19세 여성은 남고에 다니는 친구에게 자신의 사진을 돌려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탔던 차에 두 명의 남성이 침입해 외딴 지역으로 차를 몰고 갔고, 그곳에서 7명의 남성은 여성을 강간했다.

하지만 사우디 법원은 피해자 여성에게 형벌을 내렸다.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성적 분리'(segregation of sexes)를 어겼다는 죄목으로 '채찍질 90대'를 선고한 것.

'성적 분리'는 '여성은 친지(relatives)가 아닌 남성과 동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이다. 여성은 납치를 당한 것이지만 동행하지 말라는 율법을 어겼으므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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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여성은 해당 판결의 부당함을 언론에 호소했다. 또한 그의 변호를 맡았던 유명한 인권 운동가인 압둘라 알라헴(Abdulrahman al-Lahem)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판결"이라며 법원을 공개 비난했다.

하지만 피해자 여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법원의 '가중처벌' 판결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언론을 통해 사법부에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징역 6개월, 채찍질 200대'를 선고했다.

게다가 사우디 법원은 변호사 알라헴의 피해자를 변호를 금지했고 그의 변호사 면허를 압수했으며 청문회에 소환했다.

반면 가해자 남성 7인에 선고된 형벌은 '최소 징역 10개월, 최대 징역 5년'이었다. 후에 '최소 징역 2년, 최대 징역 9년'으로 수정됐지만 터무니 없는 형벌이라는 서방 세계의 비난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재판관은 왕이 직접 임명한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재판관은 강간범에게 '무죄'부터 '사형'까지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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