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김정일을 '빠빠'로 부르며 "김정은이 내 주변 사람을 살생부에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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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메기공장을 찾은 김정은 [사진 노동신문]

삼천메기공장을 찾은 김정은 [사진 노동신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2010년 자신의 아버지인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김정남은 2010년 6월 29일 김정일에게 팩스로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김정남은 “국가안전보위부 것들이 얼마 전 저와 저희 가족과 연관 있는 사람이면 모조리 살생부에 올려 잡아갔다”며 “후계자에 대한 과잉 충성 때문인지, 후계자의 지시인지는 모르겠다”고 적었다.

RFA는 편지에 적힌 후계자를 김정은으로 해석했다. 이 편지에 대해 정보당국 관계자는 “당시 북한에서 김정남 인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남은 그 배후로 김정은을 의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0년 6월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지 1년 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김정은은 그해 9월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방송은 또 김정남이 김정일을 ‘빠빠’로 불렀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편지에서도 김정남은 “저는 빠빠의 아들로 태어났을 뿐 혁명 위업을 계승할 후계자 반열에 서 본 적이 없다”며 “자질 부족과 방종스러운 생활습관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2012년에도 김정은에게 존댓말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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