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록 모르세요? 간첩이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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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신드롬이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어록이란 원래 유명인이나 위인의 말을 모은 것으로 공자의 <논어>가 그 대표적인 예. 하지만 네티즌들은 박제화된 어록 대신 최근 입심 좋은 방송인의 라이브 멘트를 자신들만의 문화 코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언어의 연금술사란 칭호를 받는 MC 김제동, MBC ESPN 프로야구 해설가 차명석의 어록을 모르면 '간첩'으로 몰릴 정도. 사이버 유행의 진원지 격인 다음 카페에선 김제동 어록을 정리해 둔 카페 수만도 이미 1000개를 넘어서 어림잡아도 100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그의 어록을 본 셈이다.

김제동 어록(15) <천생연분 중. 제동 : 하늘에 해가 왜 있는지 아십니까? 여정 아니요 그럼 밤하늘에 별이 저도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사랑합니다.>

김제동 어록(20) <(표준말을 왜 못 쓰느냐는 질문에)경상도에서는 남자가 서울 갔다와서 경상도 친구들을 만났잖아요? 서울말을 쓰면 씸∼하게 배신자 취급을 당합니다. 심하게 서울말을 쓰면 거의 왕따를 당해요. 주위에서 약간 서울말을 뱉잖아요? 야 오래간만이다. 잘 지냈어? 그카잖아요? 그러면 '니 오늘 아침에 서울우유 10통 쳐묵긋나?'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김제동 어록에 이은 후속타로 최근에는 차명석 씨의 어록이 사이버공간에 뜨고 있다. 차 씨는 프로야구선수 출신으로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현역 시절 때도 선수들 사이에선 '변호사'란 별명으로 통할 만큼 차 씨는 입담이 좋았다. 야구해설가로 변신한 후에 그의 해설은 "제가 선수였을 때"는 식의 회고록 형으로 많은 마니아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에는 "입담에는 결코 지지 않는다는 캐스터의 입마저 다물게 한 그의 위풍당당함에 반했다"는 글이 쇄도할 만큼 그의 어록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차명석 어록(3) <끝내기 홈런이 터지자. 캐스터 ; 아. 저 상황에서 홈런을 맞았을 때 기분은 투수 당사자 말곤 아무도 모를 겁니다. 차명석 : 아, 저는 현역시절 홈런 맞은 경험이 많아서. 잘 압니다. …>

차명석 어록(8) <티에 옥? 캐스터 : 프라이어 선수 다 좋은데 옥에 티라면 타자에게 너무 신경을 써 투구 수가 조금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차명석 저는 시절에 그나마 제구력이 좋았다는 소리는 들었으니 티에 옥이었죠. …>

김제동 어록과 차명석 어록을 인터넷에서 찾으려면 포털사이트인 다음 엠파스 MSN 등의 검색창에서 '차명석' '김제동'을 입력해 검색하면 바로 뜬다.

[ 김제동 어록 베스트 ]
광대의 웃음뒤엔 눈물이… 아이구 흥분했네

(한 네티즌이 올린 글에 답글을 올리며)저는 광대입니다. 어떻게든 객석에 앉아 있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광대입니다. (중략)분하고 억울하기까지 한 심정으로 글을 남깁니다. 전 세계의 모든 광대의 입에는 과장된 웃음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엔 글을 남기신 분이 보지 못한 , 눈물 자국이 점으로 찍혀져 있습니다. 이런 글을 남기시기 전에 별로 유명하지 않은 어설픈 사회자로, 저희 진행자들을 보기 전에 객석의 기쁨과 자신의 들추기 싫은 아픔과 출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또 그들에게 너무 고마움을 가진,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를)그런 사람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중략)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술 취합니다. 흥분했네.

[ 차명석 어록 베스트 ]
"공 느린 건 매덕스와 똑같습니다"

캐스터:아, 오늘 그레그 매덕스의 제구가 정말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차명석 해설위원님도 현역 시절엔 차덕스란 별명을 갖고 계실 정도로 제구력이 좋으셨는데요. 어떠신지요?

차명석:하하하. (쑥스러운 듯 뭐라뭐라 중얼거리다) 무슨 그런 말씀을 다…. 뭐 어쨌든 공 느린 건 똑같습니다.

일간스포츠=남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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