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현지 경찰 발표로 본 사건 재구성 #이씨 정찰총국 소속일 가능성 시사 #경찰 “작년 8월 입국, IT회사 근무” #두 여성용의자 “네차례 예행연습” #남성들 50m 밖에서 범행 지켜봐
①도안과 아이샤는 하수인?=현지 언론은 독살에 빗대 이들을 ‘미스 포이즌(Miss Poison)’이라고 불렀다. 아이샤의 경우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북한말을 구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의 전남편은 “아이샤가 북한에서 영화를 찍었다”며 “북한에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직업도 뚜렷하지 않은 그가 고향 가족에게 송금했다는 사실도 의혹을 더한다. 아이샤의 어머니는 “딸이 50만 루피아(약 4만3000원)씩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누군가로부터 향수 광고모델이 되라는 제안을 받고향수를 스프레이로 뿌리는 쇼를 촬영하러 말레이시아에 가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보름 전 입국한 도안은 범행 직전 호텔을 옮기고 헤어스타일을 단발로 바꿔 변장까지 시도했다. 도안의 오빠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8세에 집을 떠나 고향을 거의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여성은 경찰에 체포되자 “돈을 받고 장난 동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용의자 남성들과 범행 수일 전부터 네 차례의 사전 예행연습까지 했다”는 진술이 등장했다. ‘고용된 하수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②이정철 미스터리=현지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17일 밤 체포된 이정철(47)의 아파트에 대해 “2011년부터 북한 공작원의 은신처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씨가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정철은 2016년 8월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근무 중인 북한 국적자”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인 혐의가 무엇인지, 암살현장에 동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현지 매체 더스타는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정철은 북한에서 약학 등을 전공한 사람으로 2010년부터 1년간 인도 콜카타의 한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소의 전직 연구원들은 이정철의 암살 연루 의혹을 믿지 못하겠다면서도 그에게 독극물 제조 능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③4명의 용의자와 인터폴=현지 경찰이 뒤쫓고 있는 북한 남성은 모두 4명이다. 이들은 범행 당일 김정남이 독살당하는 장면을 50여m 떨어진 식당에서 지켜본 뒤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4명의 동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말레이시아 국경을 벗어난 만큼 인터폴의 협조 없이는 용의자 검거가 어렵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인터폴과의 공조 수사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알라룸푸르=김준영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