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카카오택시 1일 1회 '우선 배차' 기능 악용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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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창균경제기획부 기자

이창균경제기획부 기자

“손님, ‘콜(호출)’ 취소 좀 해주세요.”

1일 1회 희망지역서‘우선 배차’기능 #규정 악용해 취소한 뒤 여러번 이용 #타고도 안심 메시지 이용 못해 불안 #“신고 활성화, 규제 대책 마련해야”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카카오의 무료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다가 택시기사의 요청에 난감해졌다. “당황했지만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일은 아니라서 요구를 들어줬죠.” 이후 A씨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서 기사가 콜 취소를 요청한 이유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기사 회원들은 특정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차량을 배치하고 영업할 수 있는 ‘우선 배차’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때 그 지역에서 택시 탑승을 희망하는 승객이 나타나, 카카오택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콜을 하면 우선 배차를 택한 기사에게 먼저 선별적으로 연결이 된다. 해당 기사는 다른 택시보다 앞서 연결이 돼 영업에 도움이 되지만 이 기능은 통상 1일 1회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카카오는 보다 많은 기사에게 서비스 이용 혜택을 주려는 안배 차원에서 이 규정을 지난해 말 도입했다.

최근 일부 기사들이 승객에게 “콜 취소를 해 달라”며 1일 1회 제한을 피하려는 ‘꼼수’를 취하는 사례가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콜을 취소하면 우선 배차를 했다는 기록이 안 남아서 제한 없이 여러 번 승객을 먼저 태울 수 있게 된다. 대학원생 B씨는 “올 들어 서너 번 콜 취소를 해줬다”며 “강요는 없다지만 서비스 특성상 안 해주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목적지까지 갈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용객들은 승객뿐 아니라 기사들도 앱에서 승객을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어 불이익을 무릅쓰고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기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기사 C씨는 “다른 기사들은 거의 다 그렇게 영업하고 있다는 얘기를 동료한테서 들었다. 규정을 지키겠다며 나만 손 놓고 있다가는 불경기에 손님만 뺏길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사들 사이에서 우선 배차 기능 제한을 푸는 법(=콜 취소 요청)에 대한 입소문이 돌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꼼수를 모르거나, 알고도 규정대로 일하는 많은 기사들은 C씨의 말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 수는 24만 명. 전국 택시기사의 80% 이상이 카카오택시로 돈을 번다. 카카오에 따르면 기사 회원의 일평균 수입은 카카오택시 이용 후 전보다 13.4% 증가했다. 이는 카카오가 정해놓은 규칙 속에서 기사 간 공정한 경쟁이 선행됐을 때의 얘기다. 승객들도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 예컨대 일반 카카오택시 이용객은 차량 번호와 예상 소요 시간 등의 정보가 담긴 ‘안심 메시지’를 전송받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가족·친구·지인과 공유할 수 있지만, 콜을 취소했다면 탑승했어도 이 메시지를 받아 공유할 수 없다. 카카오 측이 신원을 보증한 기사를 통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려는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 것일 뿐 아니라, 탑승 기록이 남지 않게 돼 뜻밖의 사고가 났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 측은 회원 간 공정 경쟁이라는 좋은 취지로 도입한 우선 배차와 제한 기능이 악용돼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고 사례가 늘어 기사 회원들에게 주의를 줬다. 규정을 어긴 회원에게 처음엔 주의를 주고, 정도가 심해지면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최대 ‘영구 이용 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건 하나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우선 배차 이력과 승객들의 별점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불공정 경쟁으로 피해를 보는 기사와 승객, 양쪽 모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규제 강화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상황에 맞게 최선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콜 취소를 요구한 차량을 기억했다가 카카오택시 고객센터(1577-3754)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창균 경제기획부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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