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클레스의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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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옛날 시칠리아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왕「디오니시오스」의 신하에 「다모클레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이 호강을 누리는 것을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것을 눈치챈 왕이 어느날 「다모클레스」를 불러 명령했다.
『그대가 그렇게도 부러워하는 왕좌에 하루만 앉아보도록 하라.』「다모클레스」는 감격하여 옥좌에 앉았다. 눈앞에는 산해진미가 그득히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문뜩 머리 위를 보니 날카로운 칼이 한가닥 머리카락에 묶인채 자신을 향해 늘어져 있지 않은가.
「다모클레스」는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것을 후세 사람들은 「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자리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얘기다.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은 어느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리켜 인류에 있어「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표현한 일이 있다. 인류의 운명이 단추 하나 잘못 누르는데 달렸다는 경고다.
실제로 미국대통령 곁에는 늘 블랙 박스라는 핵전에 대비한 작은 상자 하나가 따라 다닌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것은 74년8월8일 정오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닉슨」은 그날 아침 9시 TV중계 속에 백악관에서 외로운 이임식을 갖고 공군1호기를 이용, 캘리포니아로 뗘나게 되었다. 비행기가 미대륙 상공 어느 지점을 날고 있을 무렵 「닉슨」의 사임서가 발효되기 때문에 「검은 상자」는 「닉슨」으로부터 「포드」로 옮겨져야했다.
그렇다고 검은 상자를 공중에서 다른 비행기로 옮겨 실을 수도 없고, 또 후임대통령 「포드」가 같은 비행기에 동승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키신저」국무장관의 기지로 검은 상자를 공군1호기에 실었다고 거짓 보고를 한채 비행기는 뗘났다. 검은상자는 즉시 「포드」에게로 넘겨졌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이처럼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인류에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
최근 미국과 소련은 중·단거리핵미사일 폐기협정에 합의,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된 1천여기를 철수시킨다고 한다. 아직은 전세계 핵보유량의 4∼5%밖에 되지 않지만 평화를 위한 거보라 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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