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세, 최악의 글로벌 소송으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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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하려는 국경세가 유례없는 글로벌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미국이 국경세나 다른 독단적인 무역장벽을 도입한다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일원으로서 미국에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유럽연합이 WTO 제소로 맞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카타이넨 부의장은 “유럽은 미국과의 통상전쟁을 피하고 싶다. 이는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소가 이뤄질 경우 1994년 WTO 체제 이후 역대 최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이 추진 중인 국경조정세는 제품의 생산지가 아닌 소비지를 과세 기준으로 삼아 수출은 비과세하고 수입 비용은 과표에서 공제해주지 않는 내용이 골자다. 해외에서 완제품은 물론 각종 중간재나 반제품을 들여오는 미국 기업도 세금 인상이 불가피해 수입품이 대부분인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의 기업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FT는 국경조정세가 도입될 경우 글로벌 법인세 시스템에 거의 1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경세는 회원국들에 대해 ^수입에 대해 차별할 수 없고 ^자국의 수출을 보조할 수 없다는 두 가지 기본적인 WTO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무역 분쟁 전문가는 “미국이 WTO 분쟁에서 패소하면 무역 보복으로 연간 3850억 달러(약 439조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과거 어떤 WTO 분쟁 사례보다 큰 규모이자 역대 최대 판결액보다 약 100배나 크다”고 우려했다.

국경세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조차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FT는 미국내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간 엇갈린 반응을 소개하며 “트럼프와 그의 세제안이 미국 재계(corporate America)를 둘로 쪼개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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