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모자와 셔츠 입고 비행기 오른 女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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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미국 항공사의 한 여성 기장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승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비행기에서 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 주 오스틴-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서 전날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항공 455기에 항공사 유니폼이 아닌 야구 모자와 셔츠를 입은 여성 기장이 기내에 탑승했다.

이 여성 기장은 갑자기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내가 이 옷을 입고 비행을 할지 아니면 유니폼으로 갈아 입어야 할지 투표를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미안하다. 나는 지금 이혼 소송 중에 있다”라며 자신의 신상을 언급했다.

이어 “여러분이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찍었든, 힐러리 클린턴을 찍었든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모두 XX”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여성 기장의 이상한 행동에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놀라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트위터를 통해 새 조종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여성 기장은 “그만 하겠다. 우리는 곧 이륙할 것”이라며 “걱정마라. 동료 기장이 조종대를 잡을 것이다. 그는 남성이다”라고 했다. 여성 기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탑승객 절반이 짐을 싸고 비행기에 내리겠다고 항의했다.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여성 기장은 “여러분이 비행기 이륙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다른 방안을 찾겠다”면서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안겨줬나 보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약 20명의 승객이 그가 조종석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며 비행기에서 내렸고 이 여성 기장은 이들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한 승객이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공개됐다. 해당 승객은 경찰관에게 비정상적인 옷차림을 한 여성 기장에 대해 신고했고 경찰은 여성 기장을 비행기 내에서 끌어내렸다.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여성 기장이 어떻게 사복을 입고 비행기에 오르게 됐는지 조사 중이다”며 “이 일로 인해 비행기가 2시간 지연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일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항공 455편은 새로운 기장으로 교체됐으며 새로운 기장은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져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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