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새밥, 누구는 헌밥…환자 차별한 정신나간 정신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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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의료급여 환자’(급여환자)와 ‘건강보험급여 환자’(보험환자)를 차별한 정신병원에 개선권고를 내렸다. 이 정신병원은 환자에 따라 식사나 반찬, 환자복, 이불, 심지어 온수 지급에 이르기까지 차별대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용인병원의료재단 이사장과 소속 병원인 용인정신병원, 경기도립정신병원 원장에 대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의료급여환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평등하게 처우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병원은 병동을 ‘급여병동’과 ‘보험병동’으로 나누고 병동마다 다른 식단을 제공했다. 급여환자들은 통조림류의 반찬과 건더기가 적은 국물 위주의 국을 먹었다. 보험환자들은 조리된 식품을 먹었다.

이 병원들은 반찬도 다르게 배식했다. 보험환자에는 충분한 반찬이 제공됐지만, 급여환자들은 부족한 반찬을 나누어 배식 받았다. 반찬이 부족해 환자들끼리 서로 다투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보험환자에는 새 밥을 제공했고, 급여환자에는 남은 밥을 다시 쪄 제공했다. 병원 직원들은 “보험은 흰 밥, 급여는 노란 밥”이라고 밥 색깔 차이로 차별을 표현하곤 했다.

심지어 보험환자와 급여환자는 물을 쓸 때도 차별을 받았다. 보험환자들은 24시간 온수를 쓸 수 있었지만, 급여환자들은 온수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여름에는 오전·오후 1시간씩, 겨울에는 오전·오후 2시간씩만 온수를 쓸 수 있었다.

인권위를 따르면 급여병동 간호사들은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환자를 씻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급여병동 환자들은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거나 환자복이 없어 속옷만 입혀진 채 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겨울용 이불은 보험환자들에게만 제공됐다.

인권위는 “이들 병원이 세탁상태에 따라 환자복을 선별관리하다가 보험병동에는 새 옷 또는 온전한 옷 위주로 제공하고, 급여병동에는 헌 옷을 덧대어 수선한 옷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온수·환자복·침구류·냉난방·병실청소 등 환자의 기본적 처우에 쓰이는 입원료는 급여환자 97만5000원, 보험환자 100만8120원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급여환자를 불리하게 대우했다”고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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