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포에 소·돼지고기값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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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전국 가축시장을 일시 폐쇄하자 소·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우(1등급) 지육가격은 ㎏당 1만5653원에서 이달 8일 1만7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당 4329원에서 4757원으로 9.9% 상승했다.

소매 가격은 아직은 변동이 없다. 대형마트의 한우 등심(1등급) 가격은 100g당 7900원으로 한 달 전과 같다. 돼지고기 가격은 100g당 18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원 올랐다. 하지만 다음주부터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대개 7~10일 정도 여유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정육 가격을 일주일에 한 번 조정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 정육 가격을 정하는데 도매값 인상 추세가 계속되면 다음주 목요일엔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고기보단 돼지고기 값이 우려스럽다. 소고기는 국내 유통 물량의 50%가 수입산이지만 돼지고기는 국내산이 90% 이상이라서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고기 값이 40% 이상 폭등했었다.

매점매석 의혹도 제기된다. 정육업계 관계자는 “고기는 냉장·냉동시설에 보관할 수 있는데도 아직 첫 신고 후 5일도 되지 않아 도매가가 오르는 것은 매점매석을 의심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하면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0일 ‘물가관계 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축산물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 가공식품의 편승 인상과 담합, 중간 유통상의 사재기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 수급과 가격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수입 촉진 등 공급 확대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값이 뛰었을 때도 ‘미국산 계란 수입’ 카드를 썼다. 계란 값은 지난달 18일 9499원(특란, 30개)에서 8일 8107원으로 하락했다.

최현주·조현숙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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