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피하려던 '선박왕'…세금 취소소송 냈다 162억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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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시도그룹 회장. [사진 중앙포토]

권혁 시도그룹 회장. [사진 중앙포토]

권혁(67) 시도그룹 회장이 수천억원대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파기환송심에서 162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9일 권 회장이 반포세무서장과 서초세무서장,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3051억원의 세금 중 825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판결 전 1·2심에서는 전체 세금 중 988억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취소 금액이 162억원 적어진 꼴이다.

이날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권 회장이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에 설립한 법인 뉴브릿지의 배당 가능 유보소득을 과세표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과세 당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설립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 홍콩 등지에서 사업을 키우면서 ‘선박왕’으로 불렸다. 2006∼2010년 종합소득세 2774억원에 지방소득세 277억원을 더한 총 3051억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2012년 3월 소송을 낸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는 해외 거주자로 등록된 권 회장에게 세무당국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툼의 핵심이었다. 권 회장 측은 시도상선 등 자산 대부분이 해외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납세 의무가 없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과 대법원은 권 회장을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권 회장은 조세회피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속여 세금 2200억여원을 포탈한 혐의(조세포탈)로도 기소됐지만, 소득세 2억4400만원 탈루만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2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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