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시작해 장애인 스키 최강자 된 권상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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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한 번 해보세요. 전 50㎏ 줄였어요."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권상현(20·전북장애인체육회)은 7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2.5㎞ 클래식 스탠딩 부분에서 7분22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출전선수가 2명 뿐이라 시범경기로 치러지긴 했지만 전날 5㎞ 프리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권상현은 "아, 정말 화나요"라며 씩씩댔다. 기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는 "내일 바이애슬론(스프린트 3㎞)에선 더 잘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체전에서도 3관왕에 올랐던 권상현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자다. 2014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신인선수로 선발된 그는 지난해 7월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부오카티 월드컵 바이애슬론에서 10위에 오르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선보였다.

무주 출신인 권상현은 오른팔로만 스키 폴을 내리찍고, 총도 오른손으로 쏜다. 분만 당시 사
고로 장애를 입었기 때문이다. 5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팔의 신경이 죽어버려 그냥 잡는 정도가 전부다. 권상현은 "왼팔을 거의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람한 오른팔과 달리 왼팔은 운동을 하지 못해 평범한 사람보다 가늘다. 학창 시절 권상현은 장애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118㎏까지 불었다.

지루하고 평범했던 권상현의 일상을 바꾼 건 담임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권유했고, 스키캠프를 추천한 것이다. 권상현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스키캠프가 있다고 해 시작했는데 총을 쏘는 것도 재밌고, 스키를 탈 때의 상쾌한 기분도 좋아 노르딕 스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권상현은 "노르딕스키는 다이어트에 정말 좋다. 잘 안 믿으시는데 열심히 타다 보니 4년 전에 비해 체중이 50㎏ 즐었다. 우스갯소리로 사람 한 명이 줄었다고 한다"고 웃었다.

1년 뒤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을 기다리고 있는 권상현은 "지난해부터 좋아져서 지금 기록은 세계 10위권 정도다. 정말 열심히 한다면 평창에선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좀 내자면 메달까지도 노려보고 있다"고 했다.

평창=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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