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보스’ 안종범은 ‘선생’으로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씨 공판에 출석해 증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왼쪽 사진). 최씨가 이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최씨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이 전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설전을 벌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씨 공판에 출석해 증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왼쪽 사진). 최씨가 이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최씨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이 전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설전을 벌였다. [사진 우상조 기자]

차은택씨와 미르재단 직원들이 ‘국정농단’핵심인물로 지목된 최순실(61)씨를 ‘보스’로 불렀고, 최씨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선생’으로 호칭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최씨를 주로 ‘보스’ 또는 ‘회장’이라고 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전 사무총장은 “저는 최씨를 회장이라고 불렀다”며 “차 전 단장이 보스라고 해서 보스라고도 표현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씨 재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최씨를 모두 ‘회장님’으로 불렀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보스라는 호칭을 썼다는 증언은 이번에 처음이다.

최씨를 ‘보스’로, 안 전 수석을 ‘안 선생’이라고 지칭한 것 정황은 이 전 사무총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이 전 사무총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명하신 대로 대의 위해 사무총장 직서 이동’, ‘안 선생님(안 전 수석 지칭)께서는 너무 잘된 일이다고 말씀하셨다’, ‘보스(최씨 지칭)께서 7월초에 보자고 얘기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안 선생이라고 지칭한 이유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이 전 사무총장은 “안 선생님이라는 표현은 이미 (최씨 등과) 카페 테스타로사 등에서 회의할 때 여러차례 쓰인 걸로 기억한다”며 “최씨가 안 선생님이란 표현을 써서 그리 썼다”고 답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 ‘보스’란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안 전 수석도 당시 최씨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전 사무총장은 “솔직히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했다”며 “회의에 나온 단어들을 써서 문자를 보내봤다. 피드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사무총장이 2015년 미르재단 설립 이후 안 전 수석과 지속적으로 통화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사무총장은 “주로 재단 사업 관련한 확인 전화였다”며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해서 확인하는 전화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9회 공판에서 최씨는 “다른 죄는 받는 대로 받는데 이건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겠다”며 이 전 사무총장을 상대로 직접 신문을 했다.

최씨가 억울함을 토로한 건 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한강 공원 주차장에서 최씨와 고영태(41)씨를 만났을 때 녹음한 대화내용이 재판에서 공개되면서다. 해당 녹음파일엔 미르재단 관련 문제가 언론 등에서 불거지자 최씨가 책임을 차은택(49)씨와 이 전 총장 등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최씨는 “그날 녹음할 수 있으니 고영태씨가 (이 전 사무총장의) 전화기를 걷었는데 대체 무엇으로 녹음을 했냐”고 물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주머니에 녹음기가 있었다”고 답하자 “완전 계획적이다. 계획적으로 가져왔네”라며 격앙된 소리로 말했다.

이 전 총장이 “(최씨가) 저를 미친놈으로 생각하니까 그랬다”고 말하자 “아니 나는 미친놈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곧바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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