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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시진핑 면담, 여야 갈등으로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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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세균

정세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일정까지 확정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국 방문 계획이 전격 취소됐다. 정치권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국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 의장 명의의 서한을 외교 경로를 통해 초청자인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초당파 방중단 구성 못해 끝내 취소
“외교 결례…한·중 관계 더 꼬일 우려”

이날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정 의장의 방중 관련 협의는 지난해 11월 시작했고, 관건이었던 시 주석과의 면담 날짜가 이달 15일로 잡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정 의장은 지난주 윤병세 외교장관으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등 방중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원내 4당 정책위의장이나 국회부의장급을 포함한 초당파 방중단 구성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정 의장이 고심 끝에 방중을 포기하게 됐다”며 “지난해 6월 황교안 국무총리 방중 이래 최고위급 교류인 국회의장 방중을 우리 사정으로 막판 취소함에 따라 외교적 결례 논란과 함께 한·중 관계가 더 꼬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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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의 방중은 표면적으로는 장 전인대 위원장의 2015년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를 고위급 의원외교로 푼다는 차원에서 추진돼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시 주석과의 면담을 방중 조건으로 내세웠고 중국 측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주 시 주석 면담뿐 아니라 정 의장 일행의 지방 방문 일정까지 최종 조율을 마쳤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시 주석과의 면담은 사전에 확답을 주지 않는 관례와 달리 이번엔 고위 외교관이 나서 면담 일정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측이 적극성을 보인 것은 정 의장이 사드 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여당이 아닌 야당 소속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초 방중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계획이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은 초당파 방중단 구성을 희망했는데 새누리당이 비협조적이었다. 야당만의 방중단 구성은 사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어 방중 자체를 취소했다”며 “3월 중국의 전인대 일정과 그 이후 한국의 대선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국회의장 방문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의원들의 국제 현안 관련 연구모임도 지난달 18일 방중하려 했으나 막판 새누리당 측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됐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위문희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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