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지금 경내 압수수색 거부만 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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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증거와 지난해 10월께 검찰 수사에 대비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참모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증거를 인멸한 단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청와대는 군사상 기밀을 이유로 불허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건국 이래 수사기관이 청와대 경내를 압수수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을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제기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모든 장소”라고 못 박았다. 특검 수사의 본류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범죄를 공모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청와대가 일부 시설의 제한적 허용도 어렵다고 반발한다는 점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지난해 10월 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가 완강히 반발해 제3의 장소에서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데 그쳤다.

 청와대의 거부에도 명분은 있다. 형사소송법 110조 1항과 111조 1항의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한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같은 법 110조 2항과 111조 2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승낙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국가기밀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합의만 된다면 얼마든지 합법적 수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자칫 압수수색 영장을 강제집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실 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도 있다. 양측의 갈등이 심해지면 진실 규명은 그만큼 늦어진다. 만약 압수수색을 최대한 저지하고, 특검의 대면조사마저 늦추는 게 박 대통령 측 전략이라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뜩이나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헌재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국정 농단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중대한 국익 침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