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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국방 회담, 미 전략자산 상시적 순환배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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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 안보당국의 본격적인 행보가 이뤄지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어제 한국을 방문했다. 매티스 장관은 도착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다뤄 나갈 것”이라며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오늘 오전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해부터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다. 이에 앞서 그제는 이순진 합참의장이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에서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순환배치하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앞두고 한·미가 군사적 대비에 신속하게 발을 맞춰 가는 분위기다. 국무장관보다 국방장관이 먼저 서울에 오고, 매티스 장관이 첫 순방지로 한국을 꼽은 것 자체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에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

북핵에 가시적이고 확실한 경고 하도록
긴밀한 공조 통해 강력한 억제책 세워야

 한·미 안보당국의 행보가 빨라진 것은 조만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두 번의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핵무기 완성 직전 단계까지 왔다. 북한은 올해 안에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전망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배치하면 도발 수위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미국 조야에서는 선제타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방어 차원의 연례적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을 전후로 도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어제 대변인 담화에서 “키리졸브와 독수리 합동(연합)군사연습을 강행하면 파국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협박했다.

 이런 위기상황이지만 한·미는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배치를 합의하지 못해 우려를 샀다. 이후 12월 한·미는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1차 회의에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배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정례적 배치란 미 항모전단, 핵잠수함, B-2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는 것으로 상시순환배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들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빈도에 대해선 여전히 모호하게 남겨 두었다. 따라서 “한국 얘기를 듣기 위해 방한했다”는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 등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우선이다. 이를 토대로 한·미는 북한의 위협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또한 양국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북한에 확실한 경고가 되는 가시적이고 강력한 억제책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등 전략도발 때마다 미국이 시위성으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한 방식에서 벗어나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