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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핵심과 친분, 중국 갑부 홍콩서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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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재산 축적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어 ‘신비의 거부’로 불리는 중국의 40대 부호가 장기 거주지인 홍콩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홍콩 언론들은 그가 모종의 사건에 연루돼 중국 기관원에 의해 중국 국내로 연행돼 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의문의 실종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중국과 독립된 사법 체계가 작동되는 홍콩에서 중국 공안 당국이 내·외국인을 연행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의혹의 주인공은 자산 60억 달러(약 7조원)로 중국 부호 순위 32위에 올라 있는 샤오젠화(肖建華·46·사진) 밍톈(明天·Tomorrow)그룹 회장이다. 그는 장기 투숙중이던 홍콩 포시즌스 호텔에서 설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목격된 이래 모습을 감췄다. 홍콩 언론들은 호텔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근거로 “샤오 회장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복수의 남성들과 함께 호텔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샤오 회장이 이 날 오후 3시 (홍콩과 육로로 연결된) 광둥성 선전(深?)을 거쳐 중국으로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폭력배가 동원됐다는 보도도 등장했으나 진위여부는 불확실하다. 빈과일보는 “중국 당국이 일국양제원칙 위배 논란을 피하려고 샤오 회장을 직접 연행하지 않고 홍콩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7조원 재산 모은 과정 미스터리
“시진핑 누나의 자산 비싸게 사줘”
부패 혐의로 본국에 연행 가능성

이런 가운데 샤오 회장이 경영하는 밍톈 그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납치설을 부정했다. 샤오 회장은 또 홍콩 일간지 명보에 1일 게재한 전면광고를 통해 “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중국은 법치국가임을 믿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콩 경찰이 현지 언론의 취재에 답하면서 “중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샤오 회장은 2007년 무렵부터 중국의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나 그 배경과 전력이 석연치 않아 ‘신비의 거부’란 별칭으로 불렸다. 금융과 정보기술(IT),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그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층과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누나가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할 때 이를 시세 이상의 값에 인수하는 역할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앞서 2007년에는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아들과 함께 민영화된 산둥(山東)성의 전력회사 인수에 관여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샤오 회장의 실종을 놓고 두가지 추측이 나온다. 첫째는 중국 정치권의 부패 사건에 연루돼 연행됐을 가능성이다. 반면 그의 반(反)공산당 행적이 드러났다는 중화권 매체 보원(博文)의 보도도 나왔다. 그는 명보에 게재한 광고문에서 “본인은 당과 나라를 사랑하며 국익과 정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어떤 일에도 참여한 적이 없고, 그 어떤 반체제 세력이나 조직을 지지한 적도 없다”고 밝혔지만 이 문장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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