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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점 폭발' 사익스, 퇴출위기 넘겼다…인삼공사, 삼성 꺾고 선두 질주

중앙일보

입력

3쿼터 종료 17초를 남기고 잡은 속공 찬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단신 외국인 가드 키퍼 사익스(24·1m77.9cm)가 드리블한 뒤 페인트존 한복판에서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시원한 원핸드 덩크.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사익스의 세리머니는 '시즌 중 퇴출 위기' 설움을 씻는 한풀이 몸짓이었다. 올 시즌 선두 다툼 중인 서울 삼성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키퍼 사익스. 임현동 기자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키퍼 사익스. 임현동 기자

KGC는 3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6-2017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2쿼터와 3쿼터에 각각 덩크슛 한 방씩을 선보이며 16점(2리바운드·1어시스트)을 기록한 리딩가드 사익스의 활약을 앞세워 83-73으로 이겼다. 24승(9패)째를 거둔 KGC는 후반기 들어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2위 삼성(23승11패)과의 격차를 한 게임 반으로 벌리며 선두를 지켰고 올 시즌 삼성전 3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삼성은 지난 28일 원주 동부전 패배(68-69)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경기 전 스포트라이트는 KGC 가드 사익스에게 모아졌다. KGC는 지난 26일 프로농구연맹(KBL)에 사익스를 대신해 전주 KCC에서 뛰었던 에릭 와이즈(1m82.8cm)를 데려오겠다며 가승인 신청을 냈다. KGC가 사익스에게 '시즌 중 퇴출' 카드를 꺼내보인 건 우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승기 KGC 감독은 "올 시즌 챔프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삼성은 라틀리프-크레익-김준일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워가 위력적이다. 오세근과 사이먼으로 세 선수를 막기엔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와이즈를 데려오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6일 고양 오리온전과 28일 인천 전자랜드전, 30일 서울 삼성전에서 사익스의 경쟁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사익스는 오리온전에서 7득점·10어시스트, 전자랜드전에서 10득점·6어시스트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사실상의 마지막 도전 기회인 삼성전에서는 달랐다. 2쿼터와 3쿼터에 20분간 뛰며 속공을 이끌었다. 특히나 승부처였던 3쿼터에 화려한 덩크슛을 포함해 10득점을 몰아넣으며 삼성의 추격을 뿌리쳤다. 팀 동료 데이비드 사이먼이 27점 14리바운드로 제 몫을 했고 이정현도 15점·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6득점·15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경기 후 김승기 KGC 감독은 "사익스에 대해서는 오늘 구단과 상의를 해봐야한다. 결정은 내일(31일) 내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사익스의 활약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KGC 구단 관계자는 "가드 김기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사익스마저 나갈 경우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익스의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익스는 "오늘은 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일이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뛰었다"면서 "어떤 상황을 겪고 있건 간에 농구선수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에 변함이 없다. (퇴출 여부에) 마음을 쓰거나 압박을 느끼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의 경기에서 내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늘 고민했다. 그래서 2·3쿼터에 덩크를 성공시킨 게 더욱 기뻤다"고 덧붙였다. 팀 동료 사이먼은 '사익스 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1등을 하고 있는데 뭘 바꿔야 하나"라는 말로 사익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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