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 가서도 농사짓지요, 스마트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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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스마트팜에서 농진청 관계자와 토마토 재배에 대해 논의 중인 배진수(오른쪽)씨. [사진 농촌진흥청]

스마트팜에서 농진청 관계자와 토마토 재배에 대해 논의 중인 배진수(오른쪽)씨. [사진 농촌진흥청]

“스마트폰으로 버튼만 누르면 돼요.”

스마트 농부’ 전남 화순 배진수씨
스마트팜 도입 후 일 줄고 수확 늘어
정보통신기술로 비닐하우스 관리

고령화·개방 … 농업 위기 극복 열쇠
국산화·빅데이터 활용 확대가 숙제

전남 화순에서 28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배진수(55)씨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외국에 나가서도 스마트팜 내부를 볼 수 있고 창도 열고 닫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씨는 2011년 1만3200㎡의 비닐하우스 13개 동에 3000만원을 들여 스마트폰과 컴퓨터(PC)로 작동하는 복합환경제어기를 설치했다. 토마토가 최적의 상태에서 자랄 수 있게 온실 내부 온도와 습도·일조량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일률적으로 조절하는 장치다. 내부 온도가 떨어지면 온풍기가 자동으로 작동되고 습도가 높으면 개폐 시설이 자동 조절된다. 배씨는 “온실 환경을 PC로 제어하니 일하는 시간이 하루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다”고 했다. 토마토 수확량도 3.3㎡당 65㎏에서 스마트팜 도입 이후 95㎏으로 46% 늘었다.

배씨처럼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도 아낄 수 있어서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글자 그대로 ‘똑똑한 농장’이다. 온실·축사·과수원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정부가 스마트팜을 본격적으로 보급한 것은 2014년부터다. 스마트팜을 농업인구 고령화와 시장 개방 확대, 쌀 공급 과잉 등 국내 농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농가에 사업비(최대 2억원)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시설원예는 1864ha, 축산 분야는 420개 농가가 스마트팜을 도입했다. 스마트팜이 증가세이기는 하지만 국내 전체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면적이 5만3000ha임을 감안하면 아직은 3.5% 수준이다. 영세농들에게 초기 시설 비용(연동형 온실 기준 2000만원/3300㎡)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2015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스마트팜 운영 효과를 조사한 결과 도입 이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생산성은 25% 향상됐고, 농가 수입은 31% 늘었다. 김상철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장은 “국내 스마트팜 기술 수준은 일본과는 비슷하고 세계 최고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와는 2.6년 격차가 난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그동안 농업용 센서 13종류와 제어기 9종류를 표준화했다. 지난해에는 ‘1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여전히 ICT 기기 및 부품의 표준화 속도가 더디고 스마트팜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의 국산화 비율은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빅데이터 수집·분석은 걸음마 단계다.

조용빈 농진청 농업빅데이터팀장은 “빛과 온도·수분 등 환경 데이터는 ICT를 통해 자동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작물의 생육 데이터와 농가의 경영 데이터는 아직 안 한다”며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수집 대상 농가를 지난해 120곳에서 올해 22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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