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매출액 제자리, 이익은 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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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이광국(54)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내수 부진’에서 탈출하느냐다. 전임자에서 이 본부장으로 교체된 지난해 10월엔 공교롭게도 현대기아차 내수 시장 점유율이 처음 60% 밑으로 떨어졌다. 그의 고민은 25일 공시한 현대차 연간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16년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매출 93조6490억원, 영업이익 5조193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 늘었지만 얼마나 짭잘한 장사를 했는지를 나타내는 영업이익이 18.3% 줄었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369억원을 기록한 뒤 5년 연속 감소세다. 영업이익이 5조원 대로 내려간 건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p 하락한 5.5%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줄어 전년 대비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5조원 초반, 5년째 감소
올해 신차 앞세워 실적 호전 기대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2.1% 감소한 485만7933대를 판매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7.8% 감소한 65만6526대를 판매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해외 시장에선 신흥국 시장 부진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감소한 420만1407대를 팔았다. 내수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내수 판매가 줄곧 떨어지는 점은 심각한 요소다. ‘안방’ 시장에서 부진한 자동차 브랜드가 해외에서 인정받기 어려워서다.

매출은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싼타페·투싼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급차 판매 비중이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엔 ▶판매 138만24대 ▶매출 24조5380억원 ▶영업이익 1조21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0.9%, 32.6%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해엔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IG와 올해 출시할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현대차 최초의 소형 SUV ‘OS’(프로젝트명), 제네시스 G70 등 주요 신차가 실적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선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확산하는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가 변수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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