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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광둥식 볶음밥은 담백함이 생명 … 줄기콩·게살 삶은 뒤 볶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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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독자와 함께한 ‘유유안’ 쿠킹 클래스

미쉐린 1스타의 맛 훔쳐보기
새우빵 튀기고 쇠고기 흑후추볶음
향신료 최소화, 재료 본연의 맛 살려

넓은 영토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와 오랜 역사가 만들어낸 중국 요리는 프랑스·터키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꼽힌다. 특히 ‘먹는 것은 광둥에서’라는 중국의 옛말은 광둥요리가 중국요리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귀띔 한다. 광둥 지역은 기후가 온화한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덕에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들이 풍성하다. 또 재료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발달해 간을 조금만 하고 기름도 적게 사용한다. 지난해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편에서 별 1개를 받은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중식당 ‘유유안’은 광둥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강남통신 독자들과 함께한 유유안 쿠킹 클래스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무겁고 기름진 중식이 아닌 가볍고 담백한 맛의 광둥요리를 배워봤다.

사이먼 우 헤드셰프가 새우빵을 담을 뱅어포를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있다. 체망 위에 뱅어포를 올리고 기름을 부어 둥그런 모양을 만들었다. 김상선 기자

사이먼 우 헤드셰프가 새우빵을 담을 뱅어포를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있다. 체망 위에 뱅어포를 올리고 기름을 부어 둥그런 모양을 만들었다. 김상선 기자

유유안은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편에서 호텔 중식당 중 유일하게 별을 받았다. 호텔 개관 1년 만에 오랜 역사를 지닌 다른 호텔들을 제치고 받은 것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외식 전문가들은 유유안이 전통 광둥요리를 추구한다는 점이 선호도를 높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유유안은 30년 동안 광둥 지역인 홍콩을 비롯해 북경 등에서 경험을 쌓은 사이먼 우 헤드셰프가 이끌고 있다. 그는 “광둥 지역은 지리적으로 바다가 가까워 일찍부터 교역의 중심지로 발달했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과 상인들로 인해 음식 문화가 발전해왔다”며 “중국 북부지역 등 다른 지역은 해산물이나 신선한 재료가 귀해 요리 맛을 진하게 하기 위해 기름이나 향신료를 많이 사용했지만 광둥 지역은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조리법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유유안에 처음 온 사람은 짜장면이나 짬뽕이 없는 메뉴판을 보고 당황한다. 우 헤드셰프는 “전통적인 광둥요리를 추구하는 만큼 한국식 중화요리는 과감히 뺐다”며 “한국식 중화요리와는 식재료와 조리법에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미니 깍두기 모양으로 다진 식빵을 튀김옷으로 입힌 광둥식 새우빵.

미니 깍두기 모양으로 다진 식빵을 튀김옷으로 입힌 광둥식 새우빵.

이날 쿠킹 클래스에선 새우빵, 쇠고기흑후추볶음, 게살볶음밥, 로브스타 비펑탕 4가지 요리를 만들었는데 조리법은 모두 광둥식을 따랐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이미 익숙한 새우빵(멘보샤)은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고 기름에 튀겨낸다. 하지만 광둥 지역에선 동그랗게 빚은 새우살을 잘게 다진 식빵으로 감싸 기름에 튀긴다.

‘못난이 핫도그’처럼 아주 작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잘게 다진 식빵을 튀김옷으로 사용한 것이다. 일일이 식빵을 칼로 잘게 자르고 다져야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 번거롭지만 튀겼을 때는 일반 빵가루보다 식감이 훨씬 더 살아 있고 바삭하다. 식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빵 면적이 작아 기름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맛도 담백하다.

흑후추소스로 볶아낸 쇠고기볶음.

흑후추소스로 볶아낸 쇠고기볶음.

다양한 컬러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광둥요리의 특징이다. 특히 빨강·초록·하양은 꼭 사용하는 색이다. 이날 만든 쇠고기흑후추볶음에서도 홍피망과 오이, 대파의 흰 부분을 사용해 삼색을 살렸다. 재료 본연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밑간을 되도록 하지 않는 것도 광동 요리식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채끝 등심은 핏기를 가릴 정도로만 전분가루를 얇게 묻힌 후 웍에 넣고 볶아낸다. 신선한 재료가 생명인 광둥요리의 특성상 미리 간을 하지 않고, 맛을 텁텁하게 하는 전분가루도 조금만 사용한다. 고기와 채소는 광둥식 흑후추소스로 볶아내는데 한국 된장과 비슷한 사타이소스에 흑후추·버터·맛간장 등 13가지 재료를 섞어서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볶음밥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중식 볶음밥과는 조리 과정이 달랐다. 달걀은 흰자만 사용하는데 기름을 충분히 두른 웍(깊이가 있는 중식 팬)에 넣고 저온으로 익힌 후 건져서 뜨거운 물에 담가 기름기를 제거한다. 이렇게 해야 식감도 부드럽고 담백하단다. 줄기콩·게살 같은 다른 재료도 뜨거운 물에 삶아 건져낸 후 사용한다.

쌀은 자스민향이 나는 최고 등급의 안남미만 고집한다. 밥을 볶기 전 웍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 노른자를 넣어 익히는데 노른자가 다 익으면 접시가 아닌 휴지통에 버린다. 팬이 뜨거우면 밥이 쉽게 타기 때문에 밥을 볶기 전에 달걀 노른자로 웍을 코팅해준 것이다. 웍에 쌀을 넣고 충분히 볶으니 익은 쌀이 점프하듯 튀어 올랐다. 우 헤드셰프는 “쌀이 튀어 올라야 제대로 된 ‘불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재료를 넣고 가볍게 볶으면 완성된다.

게살·관자를 삶아 넣은 게살볶음밥.

게살·관자를 삶아 넣은 게살볶음밥.

마지막으로 로브스터로 만든 비펑탕을 선보였다. 주방 한켠에 있는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로브스터를 꺼내 기름에 튀긴 후, 그 위에 튀긴 마늘을 소스처럼 뿌린 요리로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이날 클래스에 참가한 이미경(48·대치동)씨는 “중국 요리라고 하면 기름지고 느끼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광둥요리는 담백하고 깔끔해 먹는데 부담이 없었다”며 “직접 조리과정을 보니 광둥요리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 헤드셰프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중국 요리는 한국식 중화요리이거나 산둥요리가 대부분”이라며 “광둥요리가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건강 요리를 추구하는 지금의 음식 트렌드와도 잘 맞아서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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