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공격수 겨냥 ‘뻥 축구’ 재미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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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규정 개정 제안 중 가장 혁명적인 동시에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건 오프사이드(offiside) 규정 폐지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채 후방으로부터 공이 연결되는 걸 금지하는 규정이다. 판 바스턴 기술개발위원장은 “수비지향적 전술이 유행하면서 축구가 재미 없어졌다. 오프사이드 규정을 없애면 공격축구가 대세로 자리 잡아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며 오프사이드 규정을 없앤 필드하키를 긍정적인 예로 들었다.

최대 이슈 오프사이드 논란
“필드하키, 규정 없앤뒤 효과 봤다”
“오프사이드는 축구 정체성” 반론

문제는 오프사이드 규정이 축구라는 종목의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스포츠학자 나카무라 도시오는 저서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근대축구 탄생의 사회사』에서 오프사이드를 ‘축구 역사와 함께 하는 규칙’으로 정의했다. 현대축구의 원류인 중세 영국의 ‘매스 풋볼(mass football)’은 도시 전체의 축제였는데 며칠씩 맞붙다가 어느 쪽이든 골을 넣으면 경기(축제)가 끝났다. 그래서 ‘골이 쉽게 나오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골을 넣기 위해 무리(side)를 벗어난(off) 자는 ‘비겁한 자(sneaker)’가 됐다.

오프사이드 규정 폐지를 반대하는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오프사이드를 없애는 건 축구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기를 창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럭비는 축구보다 오프사이드 규정이 더 강력한데, 공을 가진 선수보다 앞쪽에 있는 같은 편 선수는 모두 오프사이드다. 이를 완화한 종목이 미식축구이며, 결국 둘은 서로 다른 종목이 됐다. 오프사이드가 없어지면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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