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난동에 팔장낀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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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하오8시20분쯤 대구중앙네거리-. 시내버스1대가 신호대기에 멈췄다. 때마침 5백여명의 회사택시 운전기사들이 버스옆 차도를 점거한채 농성시위중. 일부 운전기사들은 술에 취한채 도로에 나서 멋대로 차를 세우고 보내고 법석이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50대남자 승객이 창문을 열고 농성 운전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질서 좀 지키면서 하소. 이거야 원 시민들이 불편해서 살겠소.』
순간 운전기사들이 각목을 들고 버스에 달려들었다. 유리창을 마구 부수고 일부는 버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차안은 여자 승객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었고 불평했던 그승객은 차밖으로 끌려나와 뭇매를 맞았다.
이날 대구시내 중심가에서는 이들 운전기사들이「법」이었다.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야했다.
이틀간의 가두시위로 개인택시등 1백여대의 차량이 파손되고 20여명이 다쳤다.
시위가 아닌 난동이었다. 대다수 운전기사들이「질서」와「비폭력」을 외쳤지만 마구 날뛰는 일부 소수 운전기사들을「다수」가 저지하지 못하고 도심은 무법천지로 변했다.
이가운데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경찰의 태도였다.
시내 곳곳에 1천여명의 병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술취한 운저기사들의 난동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었다. 운전기사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였지만 버젓이 눈앞에서 온시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는데도 법 집행을 못하는 경찰에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임금쟁의에서 시작돼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차량운행 거부에 그치지않고 엉뚱한 시민들에게까지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직접 피해를 준 대구 택시 운전기사들의 분규사태.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까지 국민들에게 잘못 비쳐질까 걱정스러웠다. 손장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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