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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호’ 출범 신한지주, 세대교체 돛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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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조용병(60) 신한은행장이 단독 추천됐다. 신한금융그룹의 세대교체 물결이 거세질 전망이다.

첫 회추위 후 보름 만에 결정
‘신한 사태’ 당시 중립 지켜
모바일뱅킹·해외 진출 등
은행장 재직 중 높은 성과
연임 땐 최대 9년 재임 가능
계열사 CEO 교체 폭 커질 듯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명의 후보(조 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를 대상으로 면접평가를 한 결과 조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회추위 위원장인 이상경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용병 후보가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성호 사장은 이날 면접에서 “선배인 조 행장이 회장에 오르는 것이 순리다. 나는 남아서 차기 회장을 돕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회추위 위원들은 남은 두 후보를 두고 투표해 조 행장을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조 내정자는 20일 이사회 의결과 3월 주주총회를 거쳐 한동우 회장의 뒤를 잇게 된다.

조 내정자는 그룹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혔다. 신한금융그룹의 순익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은행이 그룹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전 출신인 조 내정자는 고려대 법학과 졸업 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뉴욕지점장, 글로벌 사업담당 전무, 리테일부문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3년엔 신한BNP파리바 사장에 올라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2015년 고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 악화로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은행장에 발탁됐다. 2010년 ‘신한 사태’로 불리는 고위 경영진 내분 당시 중립을 지켰다는 점에서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부터 업계 당기순이익 1위를 유지한 신한은행은 조 행장 재임 중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모바일뱅킹(써니뱅크)과 동남아시아 진출(미얀마 지점 개설)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은행권 최초로 자율출퇴근제·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파격적인 실험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신한 정신 이외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서 혁신과 디지털화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1957년생으로 올해 60세인 조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됨에 따라 조용병 체제가 오래 가고, 신한금융그룹의 세대교체 흐름은 빨라질 전망이다.

신한지주는 내규에서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한다. 현 한동우 회장은 69세다. 조 내정자가 이번에 회장직에 오르면 두 번 연임을 거쳐 최장 9년간 재임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응찬 전 회장이 지주 회장만 9년, 한동우 회장도 6년을 역임하는 등 신한지주는 CEO를 자주 바꾸지 않는 문화”라고 말했다.

세대교체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그룹의 주요 CEO들이 대부분 60세 전후이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 CEO 중 위성호 사장과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조 내정자와 한 살 차이인 1958년생이다.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은 1955년생으로 연배가 위다.

당장 조 내정자의 뒤를 이을 차기 신한은행장에 누가 발탁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회장 후보였던 위 사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회장직을 두고 경쟁했던 두 사람이 각각 회장과 행장을 맡는 것이 조직 통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 내분 사태로 회장·사장·행장이 한꺼번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던 상처가 남아 있는 신한금융그룹이기에 더 그렇다. 임영진(57) 신한지주 부사장도 포스트 조용병의 후보로 꼽힌다. 다만 그는 CEO로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자회사 CEO 중 후보군 물망에 오르는 민정기(58)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옛 조흥은행 출신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일부에선 회장·행장 겸임설을 제기하지만 신한의 경우 비은행 부문이 커서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맡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의 행장 선출 작업은 보통 2월 셋째 주에 마무리된다.

우리은행 행장 후보 6명 압축

이날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회의를 열고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건 부행장 등 현직 2명과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 윤상구 전 부행장, 김승규 전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전직 4명을 행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한애란·심새롬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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