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 없는 축구대표팀 '서바이벌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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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진철(왼쪽)

정경호

"이렇게 힘든 일정은 모든 선수가 처음일 것이다.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따라올 놈은 따라오고 처질 놈은 처지라는 뜻인지…."

말 그대로 '강행군'이다. 41일간 해외 전지훈련 중인 축구 대표팀에서 벌써 "힘들다"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15일 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떠난 대표팀은 UAE와의 평가전을 치른 직후인 18일 자정(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리스(21일).핀란드(25일)와 경기를 한 뒤 곧바로 칼스버그컵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홍콩으로 출발한다. 미국과 시리아에 이르는 대장정에서 10번의 경기를 치러야 한다. 나흘에 한 번꼴이다. 그 사이에는 이동이 있다. 공식적으로 쉬는 날은 하루도 없다. 한 선수는 "끔찍하다"는 표현을 썼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답변은 간단하다. "경기 수가 많은 것은 실전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23명의 선수가 번갈아 출전할 것이고, 이동 시간에 쉴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동 중 휴식'이란 말이 무색하고, 다음날엔 어김없이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처럼 빡빡하게 일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과 4년 전은 분명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훈련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월드컵 이전까지 총 다섯 번, 129일간 해외에서 훈련했다.

또 다른 이유는 '강한 선수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은 다음 그 속에서 살아남는 선수를 추려 내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이영표 등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유럽파의 자리를 생각한다면 현재 전지훈련 멤버에서 5~6명 정도는 독일행 탑승자 명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힘든 과정을 통해 팀워크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CBS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을 인화시키는 것"이라며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했다.

리야드=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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