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영남대목 외화 못구해|극장가 "초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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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화계가 추석·연말연시등 대목에 개봉할 마땅한 외국영화를 고르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본격적 한국상륙을 앞두고 한국의영화 업자들에게는 흥행성이 높은 최신 작품들의 판매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달전부터 연말 개봉영화를 고르기위해 줄지어 미국시장에 건너갔던 영화업자들은 대부분 메이저영화사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신화제작 『The Untouchables』등의 수입을 타진하기 위해 미국의 워너 브러더즈사를 찾았던 D영화사의 C사장은 『자기들이 연말께 직접 한국에서 홍행하겠다며 상담마저 거절하는 바람에 말도 못건네고 돌아왔다』고 말한다.
K영화사의 K사장도 『웬만큼 주목되는 영화들은 판매를 꺼리고 있을뿐 아니라 팔지도 않을것을 값만 잔뜩올려 부르더라』고 전한다.
요즘 한국의 영화업자들이 수입을 타진하고있는 작품들은 30년대 갱들과 FBI와의 싸움을 그린「로버트·디·니로」「숀·코너리」주연의 액션물 『The Untouchables』와 새로운 007영화 『007 The Living Daylight』, 『플래툰』류의 월남전영화『Full Metal Jacket』, 최신예기 조종사들의 애환을 담은 『Top Gun』등 10여편에 이른다.
일부 업자들은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실베스터·스텔론」주연의 『RamboⅢ』까지 선점하려고 경쟁을 벌인다.
미국영화사들의 고자세와 한국업자들의 경쟁은 영화값만 크게 올려놓았다. 올들어 대부분의 화제작들이 2배가량 뛰어올라 50만달러 이상이 수두룩하다는 것.
지난해까지만해도 30만달러정도 홋가되던 『Top Gun』이 최근 70만달러 이상의 높은 값으로 S영화사가 수입계약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영화사들은 이처럼 「배부른 장사」를 하면서 구체적인 한국상륙 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들은 올 연말께 화제작들을 한편씩 가지고 상륙할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륙방법을 모색중인 메이저영화사들은 파라마운트·MGM·유니버설·유나이티드 인터내셔널등이 소속된 배급회사 UIP와 20세기폭스·워너 브러더즈·오리언·콜럼비아·트라이스타등 8∼9개사.
당초 한국영화인과 합동으로 자회사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요즘 다시 지사설립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소식통은 전한다. 3년동안 본국에 송금할수 없도록 한 외환관리규정이 바뀔 움직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미국영화사들이 과거방식대로는 한국에 영화를 팔지않을 전망이다. 스스로 뛰어들어와 시장을 잠식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쪽에 대책이 없는것은 아니다. 다만 각 수입사와 극장이 어떻게 단결하느냐에 달려있다.
한 수입업자는 『앞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제3세계의 군소영화사들이 제작한 좋은작품을 골라 싼값으로 수입하는 것만이 미국대영화사 예속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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