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표 “국민의당이 빅텐트, 반기문 입당해 경선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지원 의원이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당원대표자회의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박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개헌을 미루는 건 수구 패권주의”라며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함께 선출된 문병호 최고위원, 박 대표, 김영환 최고위원.(왼쪽부터) [사진 박종근 기자]

박지원 의원이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당원대표자회의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박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개헌을 미루는 건 수구 패권주의”라며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함께 선출된 문병호 최고위원, 박 대표, 김영환 최고위원.(왼쪽부터) [사진 박종근 기자]

박지원(75·4선) 신임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선 자강(自强)론, 후 국민의당 중심 연대론’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수락연설문과 기자회견 등에서 “국민의당이 빅텐트이고 국민의당이 제3지대”라며 “국민의당에 합리적 개혁세력이 총집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 외부에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제반 세력을 규합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맞서되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겠다는 뜻이다.

당 대표 도전 3번 만에 당선
“더 큰 천막 치려면 기둥 단단히”
안철수 중심으로 힘 모으기로
안 “문재인과 대결 이길 자신 있다”
박 대표, 손학규 영입대상 거론도

박 대표는 일단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자강론’을 역설했다. 그는 “자강론이 있어야 연대론이 성립된다”며 “더 큰 텐트, 더 큰 천막을 치기 위해서 우선 당의 기둥을 더욱 단단하게 박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전당대회 축하연설에서 “자신의 힘을 믿지 않고 여기저기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역사는 없다”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정권을 꿈꿀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후보가 된다면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저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전 대표는 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자강론을 내세운 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은 당 외부 세력과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연대론을 주장해 양측이 갈등을 빚어왔다.

박 대표는 세력 간 연대 대신 반 전 총장과 손 전 대표 등 주요 대선주자들을 영입하는 데 무게를 두고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특히 “조기 대선이 목전에 와 있다”면서 반 전 총장과 손 전 대표를 콕 집어서 거론했다. 그는 “두 분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당 정체성을 인정하고, 반 전 총장의 경우 혹독한 검증을 받아서 우리 당에서 경선을 하고 싶다면 문은 열려 있다”며 “그렇지만 어떠한 조건을 붙여서 경선을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꽃구경하지 않고 당을 대선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하겠다”며 속도전도 강조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당선 전 후보 연설에서 “새누리당 잔재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정체 현상을 보일 경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움직임이 다시 꿈틀거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합리적인 중도 개혁세력을 모두 모아 국회가 국민께 개헌안과 일정을 내어 놓도록 하겠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우리 당은 결선투표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 제안한 상태”라며 “결선투표제가 되면 과거의 정치공학적인 밀실 연대는 없어지고 정책연합이나 연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당 대표 도전 3수 끝에 ‘정규직 당 대표’로 선출됐다. 박 대표는 2012년 1월 민주통합당과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각각 당시 한명숙·문재인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신 박 대표는 2010년과 2012년 민주당에서, 2016년 국민의당에서 세 차례 ‘비정규직 대표’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박 대표는 손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모두 가까워 ‘제3지대’의 키맨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관련 기사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는 61.58%의 지지를 받아 2위 문병호 전 의원(50.93%)을 눌렀다. 문 전 의원에 이어 김영환 전 의원(39.44%), 황주홍 의원(26.96%), 손금주 의원(21.1%) 순으로 득표해 최고위원이 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1인 2표제로 진행됐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