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정부 경전철 파국은 선심 행정 부작용의 극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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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정부 경전철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을 낸 것은 예상됐던 파국이다. 2012년 7월 수도권 첫 경전철로 개통했지만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사업 심의를 바탕으로 건설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사업 심의 과정에선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904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개통 첫해인 2012년 1만여 명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들어 하루 평균 이용객이 3만5800여 명으로 늘었지만 손익분기점인 11만8000명에는 어림도 없다. 엉터리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졸속 추진돼 어차피 파국이 예상됐던 사업이 그동안 ‘불필요한 연명 치료’로 버텨온 셈이다.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선심성 사업이 지역 주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통 뒤 4년 반 동안 그야말로 ‘세금 먹는 하마’가 됐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6767억원이 투입된 경전철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운영 적자만 2400억원을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소유주인 의정부시는 운영관리를 맡은 의정부경전철㈜ 측에 2200억∼2300억원으로 예상되는 관련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과시용 치적 쌓기에 몰두해 주민에게 도움도 되지 않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역대 단체장, 예산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방의회,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중앙부처가 함께 책임질 사안이다. 의정부시부터 실패한 지역사업의 재정적·행정적 책임을 끝까지 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긴축재정을 꾸려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권한만큼 책임도 요구하는 것이 지방자치 정신이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의정부 경전철 재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과 단체장이 치적으로 남기기를 바라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생기는지를 똑똑히 배워야 한다.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 처벌하고 『실패 백서』도 발간해 따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