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의 달인' 류복성 45년 연주인생 결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사랑하는 만큼 두드렸다.'

45년간 북을 두드려온 재즈 타악기의 달인 류복성(62) 얘기다. 이름은 낯설어도 1970년대 '수사반장' 타이틀 곡으로 많은 사람의 뇌리에 익숙한 리듬을 심어 놓은 이다.

'둥둥'거리는 단순한 소리로 슬픔과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그였다. 한때 그의 봉고 연주는 '연주'라기보다 '묘기' 취급을 받는 (70년대 후반 MBC '묘기대행진'출연) 웃지 못할 추억도 남겼지만 엄연히 그는 '리듬의 달인'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류복성이 그의 45주년 연주 인생을 기념해 오는 19~20일 영산아트홀(02-543-3482)에서 '류복성 재즈 콘서트'를 연다.

▶가장 한국적인 재즈

"지금도 가능하다면 매일 연주하고 싶지요. 그런데 어디 그럴 일터가 있나요? 그게 문제죠. 지금 대학로 재즈 카페('천년동안도' 매주 목요일 출연)에 한 번 서고, 재즈 뮤지션이 아닌 드러머로 미사리 무대에 서는 게 전부예요.안타까울 뿐이죠."

류복성에게 이번 공연은 특별하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지난 3년간 연 여름공연을 제외하면 오랜만에 갖는 큰 공연이기 때문이다. 45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류복성 재즈 콘서트-라이브 인 서울'앨범을 발표한 데 이어 그가 특별히 아끼는 재즈 음악인들과 호흡을 맞추는 무대이기도 하다.

"재즈를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돼요. 그건 아마도 유난히 어려운 곡을 들었기 때문일거예요. 재즈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누구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편안한 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음악에 위선이 없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죠. 이번에 들려드릴 음악은 '류복성의 음악'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재즈가 될 것입니다."

▶부드러운 손, 가난한 손

연습한다며 중간 크기의 항아리처럼 생긴 북(콩가)을 연신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사랑하는 여인과 장난치는 남자의 표정을 연상케 했다. 그만큼 행복해보였다.우연히 만져본 그의 손바닥은 예상과 달리 아기 손바닥처럼 부드러웠다. 그는 자신의 '부드러운 손'을 가리켜 '가난한 손'이라며 매우 부끄러워했다.

"부드럽다고요? 충분히 일을 못해서 그런 거죠. 일하고 싶어도 못했으니 더 안타깝지요. 소발바닥처럼 딱딱해야 하는 건데…."

그는 마치 '일을 못해 안달난' 청년 같았다.

▶나부터 즐기는 음악

"자신이 즐기지 못하는 음악은 한마디로 '사기'입니다. 자신이 즐거움을 맛보지 못하는데 거기에 무슨 생명력이 있고 감동이 있겠어요? 요즘 음악을 '비즈니스' 로만 여기는 후배들을 보면 화가 나지요."

하지만 그가 아끼는 후배들도 적잖다. 특히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와 나윤선을 첫 손에 꼽는다.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갖춘 데다 재즈의 중요한 요소인 '즉흥성'까지 무기로 갖춘 실력파 음악인"이라고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는 류복성을 비롯해 베이스(최원혁).피아노(최장현) 등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6명의 밴드가 함께 하며 색소포니스트 이정식과 보컬리스트 말로가 특별 출연한다.

글=이은주,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