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16년 만에 피고인 '무기징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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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발생한 전남 나주의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검찰이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강영훈)는 11일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된 김모(40)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도 함께 내렸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도 기억에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할 때 피해 여고생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옷이 벗겨져 성폭행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물속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결론냈다.

김씨가 사건 발생 당일 여자친구와 전남 강진에서 찍은 사진을 알리바이로 내세웠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발견된 점에서 믿을 수 없고 오히려 수사·재판에 대비해 촬영·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간살인 범죄를 저지른 뒤 옷이 벗겨진 채로 피해자를 방치하고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당시 17세로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한 점, 이 사건 이후 괴로워하던 피해자의 아버지도 안타깝게 숨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새벽 드들강변에서 당시 여고생이던 박모(17)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양을 채팅으로 만나 차량으로 이동한 뒤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 직후 수사에 착수한 나주경찰서는 박양의 체내에서 용의자의 유전자(DNA)를 채취했지만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11년간 미제 상태였다. 경찰은 2012년 8월 "용의자의 DNA와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대검찰청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재수사에 나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씨는 다른 강도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검찰은 당초 소극적인 수사로 "성관계를 넘어 살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2014년 10월 김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박양의 가족이 반발하며 재수사를 요구하자 이번에는 광주지검이 다시 수사를 벌여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겼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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