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출생아 수 마지노선 40만 명은 지킬 대책을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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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잠정 집계한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000명이다. 2015년 43만8420명보다 7.4% 줄었다. 올해는 40만 명이 무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1년간 정부는 저출산 정책에만 100조원이 넘게 투자했지만 출생아 수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의 충격 속에서 이듬해부터 저출산 정책을 시작한 이래 1.24명대로 합계출산율을 높였다는 것을 효과로 자랑해 왔다. 그러나 2007년 출생아 수 49만3200명을 기록한 이래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 2013년부터 43만 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40만 명을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은 1.2명대로 나아졌지만 지난 10년간 가임여성 인구가 10만 명 정도 줄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가임여성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출산율이 높아져도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젠 합계출산율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하는 출생아 수를 상정하고, 각종 정책도 출생아 수 늘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적정 출생아 수에 대한 공식적 논의는 없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래 인구정책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40만 명을 제시하는 견해가 많다.

문제는 정책이다. 현재 저출산 대책은 누리과정·아동수당과 같은 복지정책과 불임부부 지원이나 결혼 유도 및 다자녀 권장 등 혼인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지원책 중심이다. 하지만 출생아 수 지키기를 위해선 ‘결혼’과 ‘출산’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 싱글부모 및 비혼가정 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운동에도 서둘러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책적 의지다. 저출산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회의도 열지 않고 개점휴업 상태였다. 정부는 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2017년 업무보고에서 저출산을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정하고 TF팀으로 인구정책개선기획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제 정부는 기구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