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11월 16일 저녁.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있는 중식당 ‘라 쉰느’의 별실에 한 무리의 사업가가 모였다. 한 병에 2100달러(약 250만원) 넘는 와인 샤토 라피트 로쉴드가 곁들여진 식사 자리였다. 주빈은 2014년 19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 호텔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였다. 이날 두 사람은 조인트 벤처 설립에 거의 합의했다. 쿠슈너가 소유하고 있는 맨해튼 5번가의 41층짜리 빌딩 ‘666 Fifth Avenue’ 재개발을 위한 조인트 벤처다. 쿠슈너는 2006년 이 빌딩을 18억 달러(약 2조 15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쿠슈너는 비교적 낮은 이 빌딩을 맨해튼에서 개인이 거래한 빌딩 중 최고 매입가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7일(현지시간) 이들의 만남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우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고 싶다”며 트럼프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고 전했다.
자산이 2850억 달러(약 341조원)에 이르는 안방보험은 통 큰 투자의 대표주자다. 아스토리아 호텔에 이어 지난해 3월엔 미국 고급 호텔체인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 리조트’를 인수해 워싱턴DC 포시즌스, 뉴욕 JW메리어트 등 미국 내 고급호텔 15개의 주인이 됐다. 그러나 중국 자본 대공습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오바마 정부의 우려 탓에 투자가 주춤하던 차였다. 실제 ‘스트래티직 호텔스 앤 리조트’는 통째로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미 당국이 반대해 일부 부동산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NYT 보도대로라면 안방보험은 차기 미 정권의 실세인 쿠슈너를 통해 투자 재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쿠슈너 역시 막대한 자금을 가진 든든한 투자자를 얻었다. NYT는 이날의 식사를 “상호간에 이로운 자리”라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하면서 ‘사업가 대통령’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그의 사업체들이 각종 편의와 특혜를 받을 수 있고 ‘이익 충돌’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트럼프는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사위 쿠슈너는 ‘쿠슈너 컴퍼니’를 소유한 부동산 부호임에도 논란에서 빗겨났다. 그가 백악관 입성이 유력한 실세 사위라는 사실에 더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언론도 그가 공직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를 여부를 따지는데 더 집중했다.
그러나 NYT는 “안방보험과의 회동으로 쿠슈너는 가족 사업에 혜택을 얻게 됐다”며 “트럼프에게 정책 조언을 하는 그 역시 복잡한 윤리적 문제에 얽혀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이름을 활용한 브랜드 사업을 벌이는 데 반해, 쿠슈너는 뉴욕을 포함 전국에 보유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신분이 사업의 편의와 특혜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NY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쿠슈너 컴퍼니'는 출처가 불투명한 외국 자본의 도움을 받아 약 70억 달러(약 8조 30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지분을 확보했다.
안방보험 측은 이날의 모임은 대선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약 6개월 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이 건과 관련한 NYT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현재 쿠슈너는 워싱턴 DC의 로펌을 선임해 연방법을 준수하면서 백악관에 공직을 얻을 수 있는 지 여부를 자문받고 있다. 연방법은 친족등용금지법을 통해 대통령의 친인척 등용을 금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쿠슈너의 법률 대리인은 백악관은 연방법에 적용받지 않는 기관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