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야 행사서 여성 19명 성추행… 오스트리아 경찰 “이주민 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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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시장 광장에 모인 인파들. [인스부르크 로이터=뉴스1]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시장 광장에 모인 인파들. [인스부르크 로이터=뉴스1]

유럽에서 또다시 이민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유럽 내 반이민 정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경찰은 새해 전야 도심에서 여성들을 추행한 남성들을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여성은 모두 19명이다. 19~25세 여성들로 이탈리아(3명)·독일(2명)·스위스(2명)에서 온 여행객도 포함돼 있다.

티롤주(州) 주도인 인스부르크는 인구 13만명의 소도시다. 서알프스 지역에 위치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현지 경찰 대변인인 에른스트 크라네비터는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하기는 처음”이라며 “범인들이 외국인 남성인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사건은 새해 전날 밤 11시 30분부터 새해 새벽 1시 30분 사이 인스부르크 중심가인 시장 광장(Market Sq.) 주변에서 일어났다. 이날 광장은 새해를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들은 피부가 검고 일부는 수염을 길렀다. 젊은 남성 10여명이 떼를 지어 다니며 가슴을 만지고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 등 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 카메라에 일부 범행 장면이 포착됐지만 화질이 떨어져 용의자를 특정하기는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가 이민자의 소행으로 밝혀진 직후 발생한 사건이어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관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쾰른에서 새해 기념행사 때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의 후유증은 깊다. 당시 쾰른에선 1200여 명의 여성이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으로 보이는 남성들로부터 강간·폭행·강도를 당했다. 강간 사건 신고만 24건이었다.

이후 독일 내 반이민 정서가 급격히 고조됐다. 지난해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는 데도 기폭제 역할을 했다. AfD는 지난해 실시된 다섯 차례 지방선거에서 최고 24.2%의 득표율을 보였다. 쾰른 경찰은 올해 새해맞이 기념행사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10배 많은 경찰 병력을 도심에 배치했다. 경찰의 검문 검색 과정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면 무조건 불심검문하고, 일부는 추방했다는 것이다. 현지 경찰이 부인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토박이와 이민자 사이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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