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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진 반기문 사람들…광화문팀·충청의원·멘토 세 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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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반기문의 사람들’은 대략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실무 준비는 김숙·오준 등 외교 측근
유종하·정태익은 싱크탱크 준비
정책개발 돕는 강남팀 운영 얘기도
정진석 등 충청권 중심 의원 그룹
MB계 이동관·곽승준도 조언 나서
원로 자문그룹엔 노신영·한승수

반 전 총장과 관련한 여론 수집 및 전달, 귀국을 위한 실무 준비는 외교관 출신 측근그룹이 맡아 왔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김숙·오준 전 유엔대사 등 ‘외시 12회 3인방’, 김봉현 전 호주대사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김숙 전 대사의 사무실이 서울 광화문에 있어 이들은 ‘광화문팀’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최근 마포 지역에 반 전 총장의 개인 사무실도 마련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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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후배인 박진·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 그룹에 속한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세 차례 뉴욕을 찾아 반 전 총장을 만났다. 반 전 총장과 박 전 의원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같이 다녔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다.

반 전 총장의 대학(서울대 외교학과)·외교관 후배인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드러나지 않았던 조언자다. 이 전 실장은 반 전 총장이 외무고시를 준비할 때 공부했던 노트를 물려받아 시험 준비를 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반 전 총장의 외교관 선배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50년 지기 정태익 전 러시아대사의 경우 향후 대선 국면에서 반 총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각계 전문가를 조직하는 허브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도시건축가 출신으로 고교 재학 시절부터 반 전 총장을 알고 지냈다는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도 조언그룹에 속해 있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서울대 동문 출신인 교수와 기업인들이 강남의 모처에서 반 전 총장의 정책 개발을 돕기 위한 ‘강남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국면에서 반 전 총장을 정무적으로 지원할 의원그룹도 정비되고 있다. 원내엔 최근 뉴욕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만났던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이 중심이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와 반 전 총장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도 해 왔다.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옮긴 홍문표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 충청권 의원 13명 중 경대수·성일종 의원 등 상당수가 반 전 총장에게 정치적 운명을 걸고 있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독자세력 구축을 시도할 경우 합류해 전위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반 전 총장 측에선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드러나지 않게 반 전 총장과 교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이명박계 인사들 가운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메시지 관리 등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고 한다.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도 국제경제 관련 정책 조언을 한다.

세 번째는 멘토그룹이다.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의 방한 당시 비공개 오찬을 했던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충북 청원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신경식 헌정회장 등이 꼽힌다. 노 전 총리는 반 전 총장의 외교관 선배이기도 하다. 귀국을 앞두고 일부 측근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초 예정대로 일요일인 15일 오후에 귀국하는 게 좋다”고 건의하자 반 전 총장은 “노 전 총리 등 선배들에게서 ‘일요일에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고 배웠다”며 평일 귀국을 고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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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이 3일(뉴욕 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에게 ‘12일 오후 귀국’을 발표할 때 반 전 총장의 특별고문으로 일해 온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배석했다. 삭스 교수는 29세이던 1983년 미국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에 올랐다. 컬럼비아대로 옮긴 뒤엔 후진국의 ‘지속 가능 개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삭스 교수는 이날 “반 전 총장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허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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