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유학1호 여중생 정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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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정희경(15.서울 강남중3.사진)이 지난 3일 미국으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다.

비록 교환학생 방식의 단기(1년)유학이지만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선진 아이스하키가 무엇인지 배우고 돌아올 계획이다.

정희경은 이를 위해 아이스하키가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아이오와주의 한 학교에 다니며 해당 지역 클럽팀에서 뛸 예정이다.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 격인 아이스하키를 잘 하기 위해 여성(더구나 여중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정희경은 안양 석수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97년에 처음으로 스틱을 잡았다.

친지의 권유로 먼저 아이스하키에 뛰어든 남동생의 경기를 보러 과천 아이스링크에 갔다가 번쩍이는 헬멧과 화려한 유니폼, 그리고 관중석까지 자욱한 얼음가루을 뿌려대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에 매료됐다.

정희경은 부모를 졸라 '리틀 위니아'라는 초.중학생 클럽팀에 들어갔고, 매주 토.일요일 오후 다른 클럽팀과 대항전을 하며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참새다리 같다'고 놀림받던 팔과 다리가 어느 틈에 살이 붙으면서 탄탄하게 다져졌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한국에는 학교팀.실업팀을 막론하고 여자아이스하키팀이 없다. 그래서 국제대회가 다가오면 클럽팀에서 잘 하는 선수들을 골라 대표팀을 급조한다.

구력 7년째에 어려서부터 기본기를 익힌 정희경은 국가대표팀의 어엿한 주전 공격수다.

북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생활을 하다 귀순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에이스 황보영과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정희경은 "아시안게임 때 중국.일본과 경기해 보니 실력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2014년에는 (유치할) 가능성이 큰데, 그때 한국 여자아이스하키가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 강원아시안게임 때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2002년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때 일본.중국에 20점 차 이상으로 대패하는 등 아직 외국과는 현격한 수준 차를 드러내고 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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