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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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선 2연패로 좌절감에 빠졌던 한나라당호가 새 선장으로 최병렬 대표를 선택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지고 민주당은 '개혁신당''통합신당''리모델링' 논란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야당에 반전기회가 뜻밖에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진정한 기회로 만들 준비는 아직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대안(代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 변화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도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취임 40일을 맞은 崔대표를 만나 그 대책을 물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동영상 인터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과의 국정토론회에서 언론에 대해 선전포고하다시피 했는데요. 왜 그런다고 보십니까.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언론의 역할이 뭔지, 어떤 것을 보도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고 국정 지지도 하락이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난국에 정부 핵심 인사들이 모여 한가하게 그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그 사고방식이나 상황인식에 납득이 안 갑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국면전환용으로 언론을 공격했다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런데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야당은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라가 이 지경이니 '너희들은 뭣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있습니다. 야당은 여당이 잘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제대로 가도록 하는 게 제1의 역할입니다. 여기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내놓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원내 과반수를 점한 제1당이라 할지라도 여야 합의 없이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야당이 변화의 노력은 없이 여당의 실수에 대한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내년 총선까지 바뀐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까.

"대표로서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현 가능한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총선 승리를 위해선 필수입니다. 변화의 핵심은 얼굴과 정책이 바뀌는 것이라고 봅니다. 보수가 자신을 보수(補修)하지 않으면 그 날개 밑에 부패한 놈들이 끼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짐을 벗겠다는 겁니다. 공천 틀도 획기적으로 바꿀 겁니다."

-내년 총선 후보 공천에 국민경선제를 도입합니까.

"그럼요. 그거 안 해선 안 됩니다. 정치개혁이란 이슈도 민주당이나 신당보다 우리가 선점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당내 반발이 많으면 결국 없던 일로 하지 않을까요.

"의원들은 선거가 가까워 오면 본능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바뀌지 않으면 진다는 게 보이면 새 공천틀을 도입하는 데 반대할 수 없습니다."

-정책정당은 구호로 그치고 마는 것 아닙니까.

"젊은이들은 우리 당을 반통일세력.재벌옹호당 쯤으로 보는데, 이걸 벗겨내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습니다. 철저히 정책정당으로 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재벌정책은 이렇게 한다, 통일정책은 이렇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겁니다."

-원조 보수당으로 가는 겁니까.

"(웃으며)얼마 전 이부영.김영춘.김부겸 의원 등이 탈당할 때도 내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만. 신당을 만든다고 지역주의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정책으로 승부해야 지역의 벽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정책이란 게 이데올로기 아닙니까. 정책 속에 이념이 담겨 점차 이념정당으로 분화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총선을 두세번 거치면 정치 지형도 아주 크게 변할 겁니다. 정책정당.이념정당이 자리잡도록 하는 게 지역의 벽을 뛰어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그럼 진보정당도 인정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중도 보수.중도 진보정당이 양 축이 돼야겠지요. 그래서 시대 분위기가 기업을 중시하면 중도 보수정당이, '이젠 복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면 중도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세상을 만들어야죠."

-민주당 신당 논의는 어떻게 결론날 것으로 봅니까.

"盧대통령은 벼랑끝 전술에 능합니다. 연말까지 당 안팎에서 싸우다가 어느날 갑자기 하나로 합쳐 분위기를 몰아갈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법안에 대해서는 당론은 권고적 찬성이라는데 왜 기권하셨는지요.

"제 나름으로는 노동관계 연구하는 분들을 초청해 밥 사면서 물어보고, 중소기업 하는 분들에게도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상반됩디다. 나도 노동부 장관을 했고 준전문가인데, 양심상 가부 어느 쪽에도 기울 수 없었습니다."

-재특검법이 결국 폐기됐는데 이럴 바엔 당초 홍사덕 총무의 주장처럼 '1백50억+α'에 국한해 특검하는 게 낫지 않았습니까.

"정치에서는 명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특검이 진상 규명도 덜했고, '1백50억+α'의혹마저 튀어나온 상황에서 盧대통령이 특검의 시한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봤습니다."

-대북 송금 문제는 끝까지 밝히겠다는 건가요.

"우리는 민주당이 반대해도 청문회를 할 겁니다. '1백50억+α'부분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걸로 봅니다. 지금 검찰은 옛날 검찰이 아닙니다. 만일 검찰수사가 시원치 않으면 국정조사로 갈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때 가서 특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수사가 제대로 안 되면 총선 때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2007년 대선 때도 얘기할 겁니다. 이 문제는 끝까지 밝혀 역사에 기록할 겁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런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려 하겠습니까.

"나는 의약품.식량 지원 등을 꼭 상호주의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으로 무기를 만들 것도 아니고…. 인도적 지원은 괜찮지만 핵이 걸려 있으니까 금강산 관광사업 같은 현금이 들어가는 건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문제에서 아주 투명해진다면 주변 국가들이 힘을 모아 북한 재건계획이라도 세워 북한을 도와주자는 입장입니다. 9월 초 미국에 가서 얘기 좀 들어본 뒤 金위원장을 만나 '핵 붙들고 미국하고 맞붙어 좋을 게 뭐 있느냐'며 권고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현대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이 특검 때문이라고 민주당 구주류는 주장하는데요.

"鄭회장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DJ정권이 정략적 목적으로 대기업을 끌어들였다가 그 결과 현대가 망하고, 鄭회장은 죽음에 이른 겁니다. 특검 때문이라는 주장은 鄭회장의 죽음조차 정치에 이용해 먹겠다는 얕은 꾀지요."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을 안 밝히는 겁니까, 못 밝히는 겁니까.

"대선자금과 관련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얼마 전 당 재정국장을 불러 한시간쯤 얘기해 봤는데 실제로 당이 갖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상황이 바뀌어도 대선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습니까.

"2007년이면 내 나이가 예순아홉입니다. 내가 DJ처럼 지역연고를 짊어지고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까, 누구처럼 돈 긁어모아 계보를 만든 사람입니까."

-다음 대통령후보는 어떤 장점과 성향을 지닌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시기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통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또 경제적으로는 첨단과학에서 중국에 밀리면 2만달러 시대는커녕 5천달러로 떨어질 겁니다. 이 혈로를 뚫어낼 비전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염두에 둔 사람이 있습니까.

"내년 4월 총선이 끝나고 나면 많은 사람이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 당에 있는 사람일 수도, 내년 총선에서 영입된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정리=박신홍,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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