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날에도 2000여 대구시민 "박근혜는 내려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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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 2000여명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 2000여명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국민들의 새해 소원! 박근혜는 내려가라!"

2016년의 마지막 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서 울려퍼졌다. 31일 오후 6시부터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엔 20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 '재벌 해체' 등 내용이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행사장 한쪽에는 "박근혜가 해야 할 사과를 저희가 대신 드리겠다"며 사과를 나눠줬다. 박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의 '송박영신(送朴迎新)' 떡을 돌리기도 했다.

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도로 위에 `박근혜를 구속시켜 대구교도소로 보내자`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도로 위에 `박근혜를 구속시켜 대구교도소로 보내자`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행사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오른 주종길(66·대구 서구 내당4동)씨는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많이 선출돼야 대구에 희망이 있다. 무조건 새누리당만 찍어주니까 새누리당이 대구·경북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며 "젊은이들이 다음 대선에서 투표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 김실경(78·경북 구미시 고아읍)씨는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니 속에 천불이 나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쌀값 21만원으로 올려주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한일군사보호협정이나 맺는 이 정부는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집회에 시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김정석 기자]

31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집회에 시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이날을 비롯해 지금까지 열린 모든 시국대회에 참여했다는 윤재연(28·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올해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촛불집회에 나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나왔다"며 "시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부패한 정권 지도자를 물러나게 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고 싶다"고 전했다.

전국진(57·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체제 개혁을 사람들이 열렬히 원하기 때문에 촛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혁명과 같은 유혈 혁명이 아닌 평화적 '촛불시민혁명'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고 말했다.

오후 8시쯤까지 이어진 자유발언에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로 주변 5㎞가량을 행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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