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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삼성 합병 찬성 지시한 것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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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60·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지난 21일 수사에 나선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11월 30일)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영장 청구서에 적시됐다.

특검, 청문회 위증죄 더해 영장 청구
최순실 모녀 지원 의혹 김재열 소환
최경희 전 이대 총장 집 압수수색도

이규철 특검보는 “문 전 장관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 (28일 새벽 긴급체포된 후) 장관 시절 국민연금에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합병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도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구속 여부는 30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특검팀은 수사를 통해 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문 전 장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고, 결과적으로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 삼성이 합병 직후 최순실씨가 세운 독일 현지법인 코어스포츠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게 이 합병의 ‘대가’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29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사장은 장시호씨가 운영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특혜 후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29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사장은 장시호씨가 운영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특혜 후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 특혜 지원 의혹에 연루된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공개 소환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해 이화여대와 승마협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집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화여대가 2015년도 체육특기생 대상 종목을 늘리면서 승마를 포함시킨 것 ▶입학 과정에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한 점 ▶원서 마감일 이후에 획득한 금메달이 서류평가에 반영된 점 ▶입학 후 정씨가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은 점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더불어 정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 및 승마협회 특혜 지원 의혹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글=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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