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이 부럽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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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31면

3월은 참 신기한 달이었다. 북한이 매일 협박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도, 한국인들은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에 집중했다. 총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아직도 신문·방송엔 알파고의 이야기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덕분에 본명 퍼스트 네임이 알파고인 나로서는 생각지 않은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축하인사도 꽤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근무하는 터키 특파원인 나에게는 세기의 바둑 대결 못지 않게 4·13 총선 대결이 흥미롭다. 나는 특히 20대 총선을 ‘안철수 현상’의 마지막 판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이번에 적정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 내년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고, 기대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안철수 바람’은 약해질 것이라고 본다.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안 후보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의 대결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의대 출신인 안 후보는 어느 순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지고, 한국 최초의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개발했다.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백신 사업을 벌였다. 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인물이 이룩한 이러한 성공을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면서 안 후보는 급기야 정계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최근 국민의당을 창당해 ‘제3의 길’이라는 모토로 큰 도전을 하고 있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똑똑한 새누리당 청년’으로 알려진 정치 신인이다.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안 후보를 이번 선거에서 꺾을 경우 단숨에 유명 정치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여서 피말리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모두 공천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한국 유권자들의 실망이 크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서 접했다. 하지만 중동의 이방인인 나로서는 이런 한국의 민주주의가 부럽다. 더 나이스한 대결이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자체로서도 충분히 자유선거를 만끽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위협 아래에서도 별다른 동요없이 일상을 보내면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즐기는 한국의 봄이 매우 평화롭게 느껴진다.


알파고 시나씨터키 지한통신사?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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