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와 또 붙고싶다” 설욕 벼르는 파키아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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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아오

파키아오

“저도 메이웨더와 재대결하고 싶습니다.”

한국 온 필리핀 복싱영웅
자선 콘서트 참석 위해 첫 방한
소장품 100점 판매수익 기부도
“아픈 눈으로 자선 경기 큰 감명”
배우 김보성 초대해 저녁 식사

지난해 5월 3일 전 세계 복싱팬들은 큰 기대만큼이나 큰 실망을 맛봤다. 복싱 8체급 석권의 주인공 매니 파키아오(38·필리핀)와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39·미국) 간 ‘세기의 대결’이 싱거운 판정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판정패의 당사자 파키아오 역시 1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아쉬움이 여전하다.

‘세기의 복서’ 파키아오가 23일 방한했다.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내와 다섯 자녀 등 일가친척 36명과 함께다. 그는 “반갑게 맞아줘서 고맙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왔는데 한국은 정말 춥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눈을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한 휴가 차원의 방문만은 아니다. 24~25일 자선기부콘서트에 참석한다. 또 바자회를 열고 필리핀에서 가져온 100여 점의 소장품을 판매하며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파키아오는 2013년 필리핀이 태풍 피해를 크게 입었을 때 피해 지역을 찾아가 위로하고 1800만 달러(약 220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어릴 때 가난을 경험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파키아오는 지난 10일에 열린 배우 김보성(50)의 종합격투기(로드FC) 데뷔전 영상을 봤다고 했다. 그는 “김보성이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선경기에 나선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이날 파키아오가 김보성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성사됐다. 김보성은 “복싱 영웅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파키아오는 “이번 만남을 통해 한국과 필리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파키아오는 어린 시절 홀어머니와 함께 빈민가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길거리에서 빵을 팔다가 열네 살 때 길거리 복서로 나섰다. 당시 그의 대전료는 1~2달러에 불과했다. 프로로 전향한 그는 18세 때 세계복싱평의회(WBC) 플라이급(50.80㎏) 타이틀을 따냈다. 미국에 진출한 뒤 명코치 프레디 로치의 지도를 받으며 오스카 델라호야, 리키 해튼 등 자신보다 큰 체격의 선수들을 연파하며 스타가 됐다. 그리고 2010년 WBC 수퍼웰터급(69.85㎏) 벨트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 8체급을 석권했다. 통산전적 59승(38KO) 2무6패. 파키아오는 “얼마나 더 복싱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게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복싱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 대전료인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가 걸렸던 메이웨더와 대결에서 파키아오는 어깨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메이웨더 역시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하면서 승부는 팬들 기대에 못 미쳤다. 메이웨더는 지난해 9월 최다 무패기록(49전 전승)으로 은퇴했다. 파키아오도 지난 4월 은퇴를 선언했다가 지난달 복귀전에서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으로 돌아왔다. 파키아오와 메이웨더의 재대결은 세계 복싱계 초미의 관심사다. 파키아오는 “성사가 된다면 싸우고 싶다. 하지만 메이웨더와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파키아오는 지난 4월 상원의원(임기 6년)에 당선됐다. 국민적 지지가 높아 대선 유력주자로 꼽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도 파키아오를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파키아오는 “복싱도 정치도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복싱은 링이 무대고, 정치는 사무실에서 불의와 싸운다는 게 차이점”이라며 직접 언급은 피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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