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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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태로 치닫기만 했던「위기의 주말」은 우선은 큰「변고」없이 넘어갔다. 위기감에 좇긴 여야는 금명간 국회의 정상화에 합의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명동성당 농성사태는 엿새나 계속되었다. 정부가 공권력의 발동을 보류하고 있는 가운데 성당측은 학생들의 자진해산을 종용했다.
우리는 학생들이 무슨 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들의 주장 가운데는 옳은 부분도 있다. 개헌논의를 철회시킨 4·13조치가 성급한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시위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데모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유는 학생들의 희생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아무리 옳은 의견이라 해도 그 표현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의 의사표시 방법이 반드시 폭력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은 데모하는 쪽과 진압하는 쪽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된다.
시위가 과격해지면 진압도 과잉으로 흐르기 쉽고 반대로 경찰진압의 도가 지나치면 과격시위를 격발하는 경우를 우리는 그동안 얼마든지 보아봤다.
이미 연대생 이한열군이 사경을 헤매는 불상사가 났거니와 한바탕 격돌이 벌어지면 또 어떤 희생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선 그런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둘째는, 농성을 더 계속한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은 될 수 없다.
상대방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다. 그것은 어떻든 현실이다. 학생들의 데모나 농성이 제한적인 효험은 있을 수 있어도 그들이 말하는 「정권타도」 에 까지 이를 수 는 실제로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정부가 마지막 비상수단을 쓸지도 모른다는 게 그동안 팽배한 위기감의 정체였다.이제 한고비는 넘긴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안도해도 좋을 단계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자중과 인내다.
정부안에서는 물론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자는 강경론이 있었을게 분명하고 힘을 통한 해결에 상당한 유혹을 느꼈으리라고 짐작은 한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신중을 촉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6·10사태」 를 통해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 는데 대한 광범위한 국민 여망은 충분히 표출 되었다.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이 수습방안을 강구할 때다.
다행히 학생들의 이성적인 분별력은 명동성당의 농성사태를 풀 것 같다.
이제 국회가 정상화 된다고 해서 사태를 한꺼번에 해결할 묘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 난국이 정치에서 비롯된 이상 수습방안도 정치를 통해 찾아져야 함은 물론 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정치의 장으로서 제구실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당리당락의 볼모로 국회를 이용하려 한다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된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벼랑 끝에 서면 극적인 타결점이 찾아질 수 도 있다. 국민들은 그런 가능성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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