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화 "상륙비상"|새 영화법 발효 앞으로 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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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월1일부터는 새 영화법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미국영화사들이 국내에서 직접 영화제작·배급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미국영화사들은 과연 어떤방식으로 상륙할 것인가. 또 이에 따라 국내 영화시장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를 놓고 영화계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영화사들의 한국 전초기지」인 AMPEC지사장 차윤씨(55)를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보았다.
AMPEC (American Motion Picture Export Company)는 미국의 10대 메이저 영화사들이 가입된 미국영화수출협회(AMPEAA)의 부속기관으로 세계60여개국에 상주하며 비즈니스와 권익옹호 업무를 맡고 있다.
차씨에 따르면 미국영화사들은 한꺼번에 밀려들지 않고 장기전략 아래 차근차근 상륙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단기간에 많은 수입을 올리리라고는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연말께 가서야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들어갈 것 같다.
미국영화사들은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심의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일단은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그들이 당장 막대한 자본으로 「점령」하기에는 아직도 적찮은 장애가 있다.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연간상영일수의 40%)가 고수되고 있으며 상영필름수가 10벌로 제한되어 있고 또 부동산투자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심스러워 하는 것은 갑작스런 미국영화의 본격 진출에 따른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과 충격이다. 미국영화사들은 국내 영화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흥행성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거래가 비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영화제작은 현재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이젠 현실로 다가온 미국영화의 진출에 대해 차씨는 『겁낼 필요는 조금도 없다. 능동적으로 대처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 침체된 영화계를 발전시키고 활성화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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