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얻을 정치해야죠 신임 이한기총리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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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막중한 국사를 교수생활이 몸에 밴 사탕으로서 어떻게 감당해 낼지 모르겠읍니다』문제가 겹쳐있는 어려운 시국에 국무총리직을 맡게된 이한기신임총리서리의 첫 소감은 겸손할 뿐이다.
이날 상오7시30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연락을 받았다는 이신임총리서리는 『전혀예기치 않은 일』 이란 점을 되풀이한 뒤 『아마 세상사람들이 다 의외라고 할 거예요』라고 조용히 웃는 등 담담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이날상오 서울잠실동아시아선수촌아파트 6동901호57평짜리 자택에는 이총리서리·부인 김혜경여사 (57)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남 종웅씨 부부등 4명만이 외부에서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고 있었다.
현시국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더욱 내가 그릇이 못되는데, 적임자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듭니다』
이번 개각이 박종철군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 모두가 납득할수 있도록 진상을 밝히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봅니다.』
-학원에 몸담고 계시면서 평소 학생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느끼셨읍니까.『거의 평생을 대학에 있었으면서도 학생문제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이때까지 자신을 갖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 사실 요즘은 객원교수라 학생들과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하여간 이때까진 대학교수차원에서 생각했으나 이제부터는 정부차원에서 학생·학원문제를 생각해 봐야겠죠』 (이총리서리는 이대목에서 쑥스럽다는 듯 『허허』 하고 웃었다).
-개헌과 민주화요구등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산적한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실지을 밝혀주십시오.
『신문이나 TV를 통해 보아온 것이지만 정부가 일을 잘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서로 어긋나 잘 맞아들어가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깼든 해야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구상을 좀 해야지. 아직 뭐라 발표하고 그럴 단계는 아니잖아요.』
-정국구상에 대해 일반론이라도 말씀해주시죠.
『조금전에 연락을 받아 정신이 멍하기만 하고… 아직뭐라 말할게 없군요』
(이때 옆에 앉아있던 부인 김혜경여사가 『정신을 차릴수 없는 상태이니 좀 봐주세요. 정말 저희는 예측을 못했어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때도 「우린 그런거 잘 할줄모른다」 고 그랬는 걸요』 라고 거들었다) .
-정치관을 말씀해주시죠.
『무엇보다 자명한 것은 첫째가 신뢰죠. 국민신뢰를 얻을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해야죠.』(이대목에서 가장 힘차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
-현재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데는 국민이 다 느끼고 있듯 나도 느끼고 있어요. 정부는 잘 하려고 무척 애를 써왔는데…』
-신뢰회복을 위한 묘방이있읍니까.
『나중에 자주 만날수 있을테니 차차 얘기합시다.』
-5공화국과는 출범초부터 인연이 있으시죠.
『감사원장울 2년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라는데가 정치와는 사실무관한곳이에요. 사무적인 일이 많아요. 정치문제에간여한적이 없읍니다]
-민정당후원회장도 지내셨죠.
『후원회장이란 자리도 별로하는 일 없는 자리예요. 정당에 회비 모아서 전해주는게 일인데 회비도 자동으로·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활동할여지가 없었어요.』
한편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주민들은 개각발표가 있자 여기저기서 『6동교수님이 총리가 되셨다』는등 반가와하는 표정들.
개각발표가 있은 뒤에야 총무처와 총리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30여년 학계에 몸담아왔던 체취가 그대로 풍겨나오는 학자풍의 모습이다.
학생들이 논문을 흘려써오면 정우로 새로 써오라고 나무랄 정도로 꼿꼿하고 타협을 모르는 성질이다.
79년 10· 26사태이후 계엄사렴부 자문위원을 맡고 이어 국보위 상임위원강 자문위원이 되면서 제5공화국과 인연을 맺어 감사원장을 역임하면서 숙정등을 담당해왔지만 언제나 「화이부동」 (화목하나 뇌동하지 않는다) 을 좌우명으로 삼아 인화를 강조해뫘다.
동경제대츨신으로서 국제법의 태斗.
79년 서울대 문리대에서강의를 맡기 시작해 서울대법대로 옮겨 국제법학을 가르친 그의 강의는 명강으로 소문이 났었고 두번씩이나 서울대법대학장을 맡았다.
지난 69년 서울대생 단식데모때 물벼락 맞아가며 설득끝에 나횰만에 귀가시키면서 사제가 맞붙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그길로 법대학강사표를 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한국의 영토』 는 독도와 간도문제를 다룬 것이고 저서『국제법』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사계의 고전이 되어있다.
학창시절에 문예반을 했을 정도로 문학에 심취했고 문재도 뛰어나다.
언제나 「조용한 활동」으로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은 삼가는 성질이다.
그는 가훈은 따로 없지만 조부께서 항상 말씀하셨다고 「언충신항독경」이라는 말을 자주든다. 『말은 충성스럽고 미더워야 하며 행동은 돈독하고 곤경스러워야 한다』 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영화감상도 즐기고 축구도 했다.
이 신임총리는 매일 새벽4시에 기상, 1시간가량 아파트주위에서 달리기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뒤 다시 1시간쯤 테니스를 치는등 건강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쓰고있다고 부인 김씨가 귀띔한다.
운동이 끝나면 서울대대학원과 학부에 강의를 나가거나 자신의 「국제법」 교과서 개정판을 저술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부인 김여사는 서울대음대성악과교수. 슬하에 2남4녀.@@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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